찬바람 부는 가을 서해안 개펄엔 갯것 풍년이네! 가을, 서해안 따라 가는 길은 맛을 타고 가는 길이다. 드넓은 개펄과 바다에 찬바람 들면 소록소록 맛이 꽉 들어차는 갯것과 갖가지 생선들로 풍요롭다. 서산에서부터 목포까지 서해안을 훑으며 내려가는 맛 기행. 식탐도 욕심에 든다지만 인스턴트식품에 시달려 잃어버린 입맛을 달래주려 떠난다는 데 누가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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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 세발낙지 다리가 세 개라 세발낙지라고?
다리가 세 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땡- ’이다. 낙지 다리는 여덟 개, 세발낙지도 여덟 개가 맞다. 다리가 가늘어서 ‘가늘 세(細)’를 쓴다. 이름도 잘 지었다, 다리가 진짜 가늘다. 서해안에 맛난 해산물이 많이 나는 것은 다 드넓은 개펄 덕분이다. 원래 세발낙지는 목포, 영암에서 많이 잡혔으나 금호방조제가 생기면서 무안이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무안터미널, 버스 타는 곳 바로 앞에 있는 낙지골목이 제일이다. 20여 가게가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데 값도 싸고, 물도 좋다. 포장마차와 주점을 합쳐놓은 분위기가 나기에 비 오는 날 가면 저절로 술이 들어가는 곳이다. 큰 낙지, 작은 낙지, 못 생긴 놈, 잘 생긴 놈 등 종류별로 낙지도 많다. 그 중 세발낙지는 단연 눈에 뜨인다. 왜? 작으니까! 다리 하나 잡아 올리면 가는 다리가 길게 늘어진다. 다른 낙지에 비해서 빨판이 더 희고, 몸도 밝은 회색이다. 때깔만으로도 맛나 보인다. 갯것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오는 날은 조업을 할 수 없으니, 그 다음 날 해산물의 가격은 좀 비싸진다. 오늘 비 오니 내일 비싸진다는데…. 얼른 시켰다. 만원에 세발낙지 4마리. 요즘은 낙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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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잡히지 않아서 비싼 편이다. “세발낙지는 까탈스러워요. 더우면 바다로 가고, 추워지면 땅속 깊이 들어가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맘 때가 잡기도 좋고 맛도 좋지요. 낙지들이 얼매나 웃기냐면 3-4일 있으면 제 다리 8개를 다 뜯어먹고 죽어버려요. 독하죠.” 신안수산 황건애 씨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그 맛이 더 깊어진다. 낙지 맛은 먼저 손님이 안다고. 낙지를 시켜서 먹고 진짜 무안 낙지면 사가고 아니면 그냥 간다고 하니, 낙지 좋아하는 사람들도 낙지만큼 입맛이 까탈스러운가보다. 무안은 낙지 요리가 다양하지 않다. 요리로 즐기기보다 산채로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낙지, 연포탕, 낙지무침 정도가 있을 뿐이다. 산 낙지를 먹을 때는, 우선 낙지를 잡고 다리를 두 번 훑어내서 차렷 자세를 시킨 다음 못 움직이게 붙잡고, 머리에 젓가락을 꽂고서 다리를 젓가락에 돌돌 만다. 그리고 나서 다리 끝을 잡고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으면 된다. 한번에 통째로 넣는 사람도 있는데 꼭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야 제 맛이다. 눈 밑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데 씹고 있으려면 마음을 좀 단단히 먹어야 한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중간에 낙지 다리가 다 풀려버려 요동치는 바람에 제대로 먹기가 힘들다. 그냥 썰어서 기름에 무쳐서 먹는 게 보통이다. 어떻게 먹든 고소한 그 맛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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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 오도리 고만 기절했네! 깨나기 전에 통째로 해치워!
영광하면 굴비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데 사실 영광만큼 볼거리, 먹거리은 곳도 없다. 백제불교도래지, 원불교성지, 기독교순교지 등 다양한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거기에 갯바람 살가운 법성포구, 설도포구가 있다. 영광 설도포구에서 맛본 오도리 맛을 잊지 못해 또 찾았다. 우리말로 보리새우. 색깔이 곱다! 옅은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 줄무늬가 있고 꼬리와 다리는 노란색이다. 워낙 싱싱하고 근력이 좋아서 그런지 기절시켜도 금세 깨어난다. 꼭 잡지 않으면 옷이 초고추장으로 범벅이 된다. 꼬리와 머리를 잡고 머리를 벗겨낸 다음 몸에 붙은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속에 실처럼 생긴 긴 내장을 빼내고 먹는다. 그래야 배탈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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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리는 껍질째 먹어야 제 맛인데, 좀 깔깔하다. 껍질은 벗겨내도 다리는 잘라내면 안된다. 다리랑 먹어야 씹히는 맛이 있다. 담백하고 뒤 끝이 고소하면서 달착지근하다. 바다를 눈처럼 뭉쳐서 먹는 기분이랄까.
설도포구는 볼 때마다 정이 붙는다. 포구 주위로 생선 좌판이 많이 있는데 크게 시끄럽지도 않고 또 반대로 너무 허전하지도 않다. 오도리처럼 작은 포구의 맛이 있다. 어디나 사람이 모이는 곳이 살갑기는 하다. 설도는 오젓, 육젓, 중하젓 등 새우젓으로 유명하다. 잡젓, 조기젓, 꼴뚜기젓, 조개젓, 액젓 등 다양한 젓갈이 있다. 광주, 전남 지역에서 많이 찾아온다. 서울 사람들은 흰 새우젓을 많이 찾고 광주 사람들은 빨간 새우젓을 많이 찾는다고. 새우젓은 탱글탱글하고 껍질이 얇아야 좋다. 포구에는 새우젓 배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노란 상자에 탱글탱글한 새우가 갯바람에 반짝반짝 빛나면 보석이 따로 없다. 횟집들 뒤로 젓갈 파는 집들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면서 심심찮게 맛도 볼 수 있다. 젓갈은 맛이 짜면서도 개운하다.
설도포구 선창횟집 - 각종 활어회가 있으며 해물탕도 시원하다. 밑반찬도 정갈하다. 오도리 1kg 6만원, 꽃게탕(소) 3만원. 문의 : 061-352-86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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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 풍천장어구이 바람 몰고 다니는 장어라 힘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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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에 바람나기(?) 좋은 곳이 고창이다. 살살 붉게 물든 나무 밑을 걸으면 저절로 손이 옆 사람에게 간다. 사실 사람만큼 따뜻한 게 없다. 둘이 갈 곳도 많다. 고창읍성 길도 걸어보고 구시포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에 얼굴도 젖어보고 새벽에 운무에 쌓인 선운사도 오르고…. 고창에서 꼭 빼먹지 말아야할 게 있다. 풍천장어구이! 이름이 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풍천은 선운사 앞으로 흐르는 인천강이 바닷물과 어울리는 곳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강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바람 풍(風), 내천(川)자를 써서 풍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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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그 센 바람을 타고 바다와 민물사이를 오가는 장어가 바로 풍천장어. 옛날에는 인천강 중류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의 장어가 이동하는 거리보다 훨씬 길었기에 예로부터 고창의 풍천장어의 힘은 알아주었다나. 요즘엔 복분자 술까지 나와 술도 안주도 힘(?)을 더해주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장어장터 주인장 박종선 씨는 선운사가 고향이다. “식당을 하면서 고향에 누가 되면 안 되지요. 오셨으면 맛있게 먹고 가야지요. 그래, 참숯불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왔다 갔다 굽고 있으면 온통 땀 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또 숯불에 굽다 보니 느려서, 기다리다 못해 가는 손님도 있지요. 그래도 숯불에 구워야 제 맛입니다.” 고창 풍천장어의 제 맛을 위해 숯불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박종선 씨가 구워주는 장어는 더 고소한 느낌이다. 고추장 소스, 마늘 소스를 묻혀서 숯불에 자글자글 구우면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익기 전에 젓가락이 간다. 특히 마늘 소스를 묻혀서 구운 장어는 별미다. 느끼하지 않고 장어의 부드러운 육질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야채도 직접 재배한다. 그러면서도 가격 또한 저렴해서 1kg(4마리)에 2만4천원이다.
※ 1박 2일로 떠나는 고창 서정여행 고창은 빡빡한 답사여행보다는 단풍 드는 소리를 들으며 느릿느릿 걷는 오감여행이 좋다. ●첫째날 : 고창읍성 쮝 판소리박물관 쮝 신재효 생가 쮝 고인돌군락지 쮝 구시포해수욕장 ●둘째날 : 선운사 쮝 선운산 등산 아침에 출발해도 점심 때 쯤 도착한다. (서울 쮝 고창까지 3시간 40여분 정도 소요) 우선 고창시내에 있는 고창읍성을 둘러본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1453)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축성한 성곽이다. 길이 1천6백84m, 높이가 4∼6m, 성안 면적이 5만평이 넘는다. 성에는 1976년에 복원해 놓은 동헌, 객사, 내아 등 14동의 건물이 있다. 고창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성 안은 멋스럽게 자란 소나무가 운치를 더 한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1시간 정도 소요). 읍성 바로 앞에는 판소리박물관과 신재효 고택이 있다. 신재효(1812-1884) 선생은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별가, 적벽가, 변강쇠 등 판소리 여섯마당을 집대성한 분이다. 이 생가에서 소리꾼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며 후원을 했다고 한다. 판소리박물관을 보고 생가를 돌아보면 이해가 더 쉽게 된다. 읍성에 그냥 차를 주차시켜 놓고 둘러보면 된다. 고창읍성에서 아산면 쪽으로 20여분 정도 가면 고인돌 군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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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은 지상이나 지하의 무덤방위에 거대한 돌을 덮은 선사시대의 무덤으로 고창 인근에 2천여 개가 널려있다. 고창 고인돌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전에는 낮은 야산이나 밭이라서 아이들이 뛰어놀다 힘들면 올라가서 쉬던 요상하게 생긴 바위였다. 동네 주민들에게 친근한 바위가 세계문화유산이다. 자연 그대로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 고인돌에서 상하면 쪽으로 40여분 정도 가면 구시포해수욕장이다. 구시포에서 지는 노을이 참 곱다. 긴 백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봐도 좋다. 해수욕장 주위로 횟집들이 많이 있으므로 떨어지는 노을을 보며 저녁을 먹는다. 소나무 숲 뒤, 해수욕장 입구에 해수찜월드가 있어서 가족끼리 해수찜을 해도 좋다. 해수찜에서 여장을 풀거나, 선운사가 20여분 거리에 있으니 선운사 근처에서 숙박을 하면 된다. 둘째 날. 선운사는 이른 시간에 돌아보는 게 운치를 더 한다. 선운이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선운사는 구름 낀 운무가 아름답다. 선운사 쮝 도솔암 쮝 마애불상까지 넉넉잡고 2시간 정도. (고창군청 063-560-2230) (구시포해수찜월드 063-561-3323∼4, 장어장터 063-564-8218 (장어1kg(4마리) 양식 2만4천원, 장어 뼈 엑기스도 판매함) 선운사관광호텔 063-561-33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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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 꼬막무침 쫄깃쫄깃 오동통통 조갯살과 국물이 끝내주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인다는 김제. 가을에 김제평야 너른 들녘에 서 있으면 내 것은 하나도 없는데 다 내 것처럼 흐뭇하다. 일년 내 고생한 농부는 따로 있는데 괜히 보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듯하다. 오랫동안 농경사회를 이어온 뿌리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김제 만경평야에 서 있으면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게 딱 맞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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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에 평야만큼이나 넓은 게 있으니 개펄이다. 백합, 동죽, 바지락 등 작은 심포항에 다양한 조개들이 모인다. 예전에는 개펄만 들어가면 쓸어 담을 정도로 조개가 많았는데 요즘은 배를 타고 멀리 나가야 잡을 수 있다. 근처 개펄에는 이제 잡히는 게 점점 없어진단다. 새만금간척 영향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반반이다. 서해안을 쭉 따라오면서 ‘예전만 못 해’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사람이여서 미안하고 부끄럽다. 어쨌든 드넓은 개펄 덕분에 김제 백합이나 꼬막은 멀리서도 알아주는 ‘맛’이다. 튼실한 백합을 살짝 구워 한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짠 듯하면서도 달콤한 바다가 감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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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들이 사죽을 못쓰는 안주가 바로 백합이다. 꼬막이라고 하면 벌교, 순천에서 나는 껍질에 주름이 있고 검붉은 액이 나오는 조개를 떠올리는데 김제 꼬막은 동죽이다. 김제 사람들은 동죽을 꼬막이라한다. 꼬막을 살짝 대쳐서 양파, 파, 고춧가루 등을 넣고 무친다. 조갯살이 쫄깃쫄깃 오동통통한 게 씹히는 맛이 있다. ‘날 것이 아니어도 더 맛날 수 있다’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확실한 맛을 보여준다. 양파랑 씹으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괜찮다. 꼬막무침으로 입안이 매울 때 꼬막구수를 먹는다. 동죽 국물이 시원한 건 다 아는 사실. 흰칼국수, 쑥칼국수가 적당히 섞여서 보기도 좋다. 조갯살도 많이 넣어준다. 인심에서 맛 난다는 말이 맞다. 국물이 참 개운하다. 새만금횟집 - 꼬막무침 소 1만원, 중 1만 5천원, 대 2만원, 꼬막국수 4천원. 문의 : 063-543-6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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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 홍원항 전어 전어 먹는데 집나간 며느리는 왜 찾아?
예부터 전어가 많이 잡혔다는 홍원항. 요즘도 전어가 인기다. 가을 전어(9월∼11월 초)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난 생선이다. 홍천항에는 아침저녁 거르지 않고 통통거리며 들어오는 전어잡이, 대하잡이 배들로 붐빈다. 큰 배들은 어쩔까 모르지만 정박해 놓은 배들을 보면 부부가 나가서 잡아오는 것 같다. 그래 어부의 아내는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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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던져서 잡는 전어보다 대하를 잡을 때 같이 걸린 전어가 더 맛있단다. 일일이 그물에서 손으로 떼어내니 상처가 나지 않았으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다만 양이 많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홍원항에 얼쩡거리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떴다.” 바닷가에서 왠 ‘떳다 방(?)’ 알고 보니 전어잡이 배들이 들어온다는 소리다. 들은 풍월이 있어 부부가 그물로 잡아온 전어에 눈독을 들였다. 양이 적기 때문에 들어오는 대로 곧바로 인근 좌판이나 식당으로 들어간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구경도 못할것 같아 일단 좌판 옆에 딱 붙었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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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아주머니 방금 들어온 걸로 주이소!”라고 매달렸다. 아주머니는 “아가씨 오늘 제대로 전어 먹게 생겼네”라며 한 바가지 회를 떠준다. 1kg에 1만원. 김순월 아주머니 좌판에 앉아서 전어회를 먹으며 아주머니가 들려주는 홍원항과 전어 이야기를 들었다. 홍원항에서 해산물을 판지 4년째. 원래 고향도 홍원항이란다. “나 자랄 때는 전어는 팔지도 않았어. 근데 그 때도 나는 전어가 제일 맛있었어. 아버지가 선장이라 내가 전어 좋아하는 것을 알고 늘 한통씩 잡아줬어. 처녀 때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집에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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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전어를 잡아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전어야.” 전어가 이렇게 인기 짱이 된 게 5년 전부터이다. 그 전에는 전어처럼 싼 생선은 없었다.
전어는 회로 먹어도 맛있고, 초무침을 해도 맛있고 구워먹어도 맛있다. 뼈째 먹어야 제 맛이다. 입안에 기름이 좌르르 돌면서 고소하다. 한번 씹어보면 전어가 기름 많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구우면 기름이 빠지면서 머리부터 통째로 먹을 수 있다. 구워먹을 때도 내장이며, 가시를 발라낼 이유가 없다. 머리부터 통째로 꼭꼭 씹어 먹어야 더 맛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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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면도 백사장항 대하 소금밭에 붉게 피는 게 새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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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는 홍성, 서천, 태안 등에서 많이 난다. 올해는 대하가 풍년이라고 하니, 자꾸만 갯것이 줄어드는 요즘에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맛이야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다. 입맛도 습관이라고 찾던 곳만 찾게 된다. 거기에 추억이 첨가되면 매년 가야할 곳이 된다. 기자도 마찬가지. 이 맘 때 백사장항 대하를 꼭 찾는다. 가출을 해서 처음 온 곳이 안면도이다. 그 때 친구 어머니가 굵은 소금 위에 구워주던 대하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집 주위로 소나무 향이 향긋하고 장작불에 대하가 붉게 구워지고. 옆 친구가 먹을까봐 침이라도 발라두고 싶을 정도였다. 집나오면 배고프니까…. 백사장항은 밤에 찾는 게 더 좋다. 횟집들에서 쏟아지는 인공불빛이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깜깜한 바다도 대하잡이 배들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대낮처럼 밝아진다. 노란상자에 대하를 가득 담아서 부두에 내려놓으면 술렁술렁 사람들이 모인다. 사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손질하는 어부 등. 바쁘다. 고깃배에서 내려지는 대하는 다 죽었는데, 수족관 대하는 실실 헤엄을 치고 다닌다. 그런데 가격은 산 것보다 죽은 대하가 비싸다. 자연산 대하는 성질이 급해서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대하들은 모두 양식이다. 양식은 자연산보다 회색빛이 더 짙고 수염이 길다. 따로 보면 구분하기 어렵지만 둘을 놓고 보면 금방 표시가 난다. 하나 먹으면 아쉽고, 두개 먹으면 딱 좋고 세 개 먹으면 배부르다. 근데 사람 욕심이 어디 그런가. 강아지 짜부 나듯 배 불러오는 지도 모르고 자꾸자꾸 먹고 잡은 게 대하다. 하나 귀뜸하자면 화이트와인이랑 궁합이 잘 맞는다. 애인이랑 간다면 꼭 챙길 것. 복음횟집 - 자연산 1kg 4만5천원. 양식 1kg 3만5천원. 시세에 따라서 변동. 문의 : 041-673-5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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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 간월도 어리굴젓·영양굴밥 ‘굴도둑’하다 ‘밥도둑’ 되지유!
간월도는 8.27㎢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섬마을이다. 천수만이 생기면서 인근 창리와 방조제로 연결되어서 서울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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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에는 물이 빠지면 갈 수 있는 간월암이 있고, 간월암 반대쪽에는 천수만이 있다. 추수가 끝나는 이즈음에 다양한 새떼들이 몰려와서 장관을 이룬다. 무악대사가 간월암에서 정진할 때 석화를 먹으며 했다고 한다. 또한 태조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진상하면서 그 명성을 얻었다. 간월도 굴은 어릴 때는 바위나 돌에 붙어 자라다가 완전히 자라면 돌에서 떨어져서 갯벌에서 사는 토굴로 변한다. 그걸 채취해서 젓을 담근다. 간월도 굴은 다른 곳에 비해 검고 날개부분이 많고 크다. 굴을 담그는 과정은 약 이십일 정도 걸린다. 우선 굴을 따서 바닷물에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뺀다. 그 다음 태안 곰섬에서 나온 1년 이상 묵혀놓은 천일염으로 간을 맞춰서 15일 정도 발효시킨다. 이 때 소금의 양이 중요하다. 굴보다 소금을 적게 넣는다. 여기 말로 ‘얼간’이라고 한다. 어리굴젓이란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그래 어리굴젓은 짜지 않다. 얼간한 굴젓에 태양초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먹는데 금방 먹는 것 보다 2-3일 지나서 먹어야 충청도 사투리로 “겁나게 맛있슈”라는 말이 나온다. 섬마을표 어리굴젓 유명근 사장님이 손수 비벼가며 시범을 보여주는데 간월도 굴은 날개가 커서 양념이 골고루 묻으니 더 맛이 난다고 한다. 어리굴젓 하나면 뜨끈뜨끈한 밥 한 그릇을 뚝딱! 게 눈 감추듯 해치울 수 있다. 입맛 없을 때는 어리굴젓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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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이다! 간월도에 또 하나 유명한 게 영양굴밥이다. 호두, 콩, 밤 등 12가지 몸에 좋다는 것을 넣어서 만든다. 굴 비린내가 나지 않는 비결은 대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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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를 적당히 넣으면 굴의 비린내가 고소한 냄새로 바뀐다. 죽염간장을 넣어서 비벼 먹으니 더 맛나다. 곁들어서 냄새나지 않는 청국장이 같이 나오니, 한상 푸짐하다. 영양굴밥에 어리굴젓을 올려놓고 먹어도 맛있다.
간월도 어리굴젓 섬마을표 250g 6천원, 300g 7천원, 500g 만원. 문의 : 041-669-1290 맛동산 간월도영양굴밥 8천원. 문의 : 041-669-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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