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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고대 문명이 살아 숨 쉬는 나라 이집트를 가다

채우리1 2008. 3. 11. 08:01

<체험기>고대 문명이 살아 숨 쉬는 나라 이집트를 가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한 곳인 이집트. 사막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땅 위에서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수많은 신들을 지키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세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믿음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그들의 현재 생활을 함께 느껴 보았다. 글ㆍ사진_조윤영 대학생기자(yy8583@naver.com)

▷ 미지의 나라, 이집트

인천공항에서 이집트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두바이를 경유해서 16시간의 기나긴 비행 끝에 카이로공항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집트는 연간 8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카이로공항의 시설은 열악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 정도인 이집트에서 인천공항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공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본 카이로 시내 전경은 우리나라 80년대와 비슷했다. 건물들은 대개 4~5층으로, 고층 건물이 거의 없었다. 전차와 자동차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예전 우리나라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집트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히잡(hijab)을 두른 여성들이었다. 얼굴만 내놓은 채 머리부터 발목까지 모두 가린 여성들에게 답답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제는 벗으면 허전해요. 우리도 히잡을 통해 멋을 낼 수 있답니다”라고 답했다. 히잡은 다양한 색상과 무늬가 있으며 심지어 명품 브랜드에서 나오는 것까지 있다고 한다. 이집트는 ‘정통 칼리프시대’에 아랍인들에게 정복당했고, 그 후 오스만제국시대까지 이슬람 문화에 속했기 때문에 대다수가 아랍인이며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카이로 거리에서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 자동차들이었다. 이집트는 각국에서 자동차를 수입하는데 그 중 우리나라 자동차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대다수가 소형차이고 승합차도 몇 대 볼 수 있었다. 이집트는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에어컨이 많은 편인데 LG, 삼성 제품이 많았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브랜드의 광고판이나 물건을 보면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이집트에 가면 이집트인들의 뛰어난 외국어 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랍어를 사용하는 이집트인이지만 영어, 불어 등 외국어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일본어로 설명을 해주는 현지인 가이드를 보며 입이 저절로 떡 벌어졌다. 이집트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최근에 급증한 편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현지인 가이드는 아직 없었다.

▷ 나일강 하류의 비옥한 땅, 카이로

카이로는 나일강 하류에 위치한 도시로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다. 나일강은 이집트인들의 젖줄로 나일강 덕분에 발전된 문화를 이룰 수 있었다. 수천 년 전부터 발전된 문화를 이루고 현재는 ‘아랍세계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카이로. 이곳에서 가장 먼저 가 보아야 할 곳은 고고학 박물관이다. 고대 이집트의 미술과 고고학적 유적이 가장 많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프랑스의 고고학자 마리에트에 의해 창설되었다.

고고학 박물관은 2층 건물이지만 전시실이 100여 개가 넘고 모두 진품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얼핏 보았던 사자의 서, 미라 등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박물관에서 사람들이 항상 붐비는 곳은 바로 투탕카멘의 마스크와 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유물들을 보려고 박물관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투탕카멘의 유물을 보면 어린 나이에 죽은 왕의 부장품도 이렇게 화려한데 막강한 권력을 지녔던 왕의 무덤은 어떠했을지 상상할 수 있다.

고고학 박물관을 들렀다면 다음에는 구 시가지인 ‘기자’ 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그곳에 가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수많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피라미드는 이집트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쿠푸, 카프라,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가 나란히 있는데, 그 중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가장 크다. 피라미드를 실제로 보면 ‘피라미드를 보지 않고는 이집트를 말하지 말라’는 말이 저절로 이해가 간다. 겉에서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고 안에서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미로로 연결되어 있는 방마다 환기구까지 설치되어 있는 모습에 얼마나 과학적인지 찬사가 절로 나온다.

피라미드를 본 후 스핑크스를 보러 갈 때에는 낙타를 타고 가야 제 맛이다. 낙타를 타면 스핑크스까지 50분 정도 소요되는데 중간에 잠깐 내려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낙타를 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을 잘 깎아야 한다는 것이다. 낙타를 타고 내려와 스핑크스를 보면 생각하는 것만큼 멋있지는 않다. 많이 훼손 되어서 얼굴을 잘 알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 거대한 도시 박물관, 룩소 나일강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왕조 시대의 수도였던 룩소가 나온다. 룩소는 이집트의 경주라고 할 수 있는 도시로 왕가의 계곡, 합세수트 장제전, 카르낙 신전 등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왕가의 계곡’이라 이름 붙여진 테베의 험한 계곡에는 62명의 이집트 왕들이 묻혀 있다. 부장품 도굴을 방지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에 왕릉을 만들어 놓았지만 도굴꾼이 이미 모두 도굴을 해 간 상태라 유물뿐만 아니라 미라 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도굴당하지 않은 무덤이 투탕카멘 무덤이다. 무덤 속으로 가보면 미라가 안치되어 있던 장소까지 이어지는 벽화를 통해 이집트인들이 믿었던 내세와 왕의 생애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정성을 들여 무덤을 만든 것을 보면 얼마나 파라오를 신격화했는지 알 수 있다.

왕가의 계곡 반대편에는 합세수트 여왕의 장제전이 있는데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 중 하나이다. 각국에 있는 장제전 중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해서인지 많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장제전의 의미 또한 남다른데, 이집트 최초의 여왕이 자신이 파라오가 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벽화로 자신의 탄생을 표현하고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여왕의 석상을 보면 강인함을 느낄 수 있고 여성으로서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 이집트인들은 예전부터 내세를 중시하였기 때문에 서쪽에 죽은 자들을 고이 모셔놓고 동쪽에 현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일강을 건너 동쪽으로 넘어오면 룩소의 가장 인상적인 유적지인 카르낙 신전이 있다. 이집트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전으로 134개의 기둥 숲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모습에서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이집트의 많은 왕들이 이곳에서 신들에게 제사를 지냈고, 다른 나라를 정복 한 후 전리품을 신들에게 바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규모가 굉장히 크고 지금까지도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카르낙 신전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큰 오벨리스크가 있는데 하나로 된 돌기둥에 상형문자를 조각한 뒤 세웠다고 한다. 이 오벨리스크에는 ‘우리의 후손들이 이 오벨리스크를 보면 어떻게 세웠는지 궁금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아직까지 오벨리스크 건축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래는 카르낙 신전부터 몇 백 미터 떨어진 룩소 신전까지 스핑크스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끊어져 있다. 밤이 되면 카르낙 신전과 룩소 신전을 밝혀주는 조명과 음악, 달빛에 비친 나일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질녘 나일강가 카페에 앉아 있으려니 이집트 옛 왕조의 영화가 노을과 함께 밀려왔다.

<헤럴드경제 자매지 캠퍼스헤럴드(www.camhe.co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