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여행] 기차타고 떠나는 거문도 여행
'그 섬에 가고 싶다', 기차타고 떠나는 거문도 여행 |
여수=글·사진 정은미기자 indiun@joynews24.com">indiun@joynews24.com indiu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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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시즌 오가는 길의 짜증과 피서지의 북적거림이 싫어 휴가를 뒤로 늦췄다면 늦여름 섬 여행을 추천한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 섬여행만한 것이 없다. 단, 섬여행은 출발 전 배시간과 날씨, 물때 등 미리 알아둬야 할 사항이 많다. 또 섬으로 연결되는 항구까지 가는 교통편도 고려해야 한다. 교통편은 아무래도 교통체증 없고 도착시간이 정확한 기차가 제격이다. 기차여행은 우선 여행의 설렘을 느끼기에 좋다. 창 너머 익숙했던 서울의 풍경은 어느새 낯선 풍경과 오버랩되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배가시킨다. 기차타고 떠나는 섬여행 중 지금 가면 더 없이 좋은 거문도 여행에 나서보았다. 특히 기차를 잘 활용하면 거문도를 무박 2일에 즐길 수 있다. ![]() 항구의 아침은 '뱃고동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밤 10시 50분 용산역서 출발한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는 동트기 전 새벽 4시 20분께 여수역에 내려준다. 여수역에서 여객선터미널로 가는 길은 차를 타면 5분도 채 안되는 거리지만, 걸어서는 20분 가량 걸린다. 여수에서 거문도로 가는 여객선 출항 시간은 아침 7시 40분. 시간이 넉넉한 만큼 쉬엄쉬엄 관광하듯 걸어가며 여수의 정취를 느껴본다. 출항 전 여객선 터미널 근처 중앙극장 뒤 원앙식당에서 먹는 6천원짜리 게장백반은 솜씨좋은 전라도 특유의 푸짐한 반찬에 맛깔스런 정성이 더해져 밥 한그릇이 뚝딱이다. 첫배가 출항하기 전 여수의 새벽은 조용하기만 하다. 바다의 아침은 태양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배가 첫 고동소리를 내며 출발하는 때라는 말처럼 여객선의 출발과 함께 여수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 여수항을 출발한 거문도행 유람선은 2시간여 바닷길을 지나 거문도항에 닿는다. 거문도는 고도, 동도, 서도를 비롯해 삼부도, 백도 등 여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동도, 서도, 고도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그 가운데에는 천연 항만이 형성돼 있어 큰 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항구 역할을 한다. 여객선은 서도와 동도를 경유하지만 최종 목적지는 고도의 거문리다. 작은 고도가 거문도의 중심지가 된 것은 외세의 영향이 크다. 1885년부터 2년간 영국 군대의 거문도 무단 점령 때 영국군의 군대 주둔을 위해 고도에 항만을 개발했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도 행정의 중심이었던 고도는 일본인들의 주요 거주지이자 물류 중심지가 됐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 태풍과 파도가 깎아 놓은 천태만상의 아름다운 '백도' 2차대전 패배로 일본이 거문도에서 철수하면서 그 비경에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말처럼 거문도의 풍광은 아름답다. 특히 백도는 쪽빛 바다의 아름다움과 상백도와 하백도를 포함해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뤄진 국가 지정 명승 제 7호이다. 멀리서 보면 섬이 희게 보인다고 해 백도(白島)라 부르게 됐다는 말고 있고, 밀물과 썰물에 의해 섬의 숫자를 정확히 셀 수 없어 대략 100개쯤 된다고 해서 백도(白島)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또 100개에서 하나가 모자라 일백 백(百)자에 일(一)자를 빼버린 백도(白島)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다. ![]() 백도를 가려면 거문도항에서 유람선을 이용하면 된다. 성인 2만9천원, 소인 1만4천500원의 요금에 약 2시간 가량 운행되는 백도일주 코스는 섬에 관한 재미난 일화와 함께 천태만상의 바위 이야기로 진행된다. 특히 선상에서 바라보는 서방바위, 매바위, 부처바위 등 섬 어느 곳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갖가지 모양의 바위 모습은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 아쉽게도 백도는 멀리서 구경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섬이다. 한때 상륙을 허가해 관광객들도 섬에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섬 훼손이 심해져 지금은 특별 허가를 받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백도의 자연은 더 잘 보존돼 있고, 이와 같은 이유로 해저 연구나 식물을 연구하는 이들의 중요한 연구지역이 되고 있다. 연인이 함께 걸으면 더 좋은 '거문도 등대길' 거문도의 자랑 중 또 하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등대이다. 거문도 등대는 동양 최대의 등대로 1905년 거문도 수월산 끝머리에 세워졌다. 24마일까지 불빛을 발산하며 동으로 일본의 큐슈, 남으로 동지나해 선박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며 100여년 동안 변함없이 15초마다 불빛을 비춰왔다. ![]() 고도에서 거문등대를 가려면 거문등대 유람선을 타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유람선 요금은 성인 왕복 8천원, 소인 4천원. 유람선은 등대에 도착하기 전 거문도에서 볼 수 있는 기암바위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1시간 15분 정도의 수월산 관광을 허락한다. 택시요금은 약 1만4천원으로 인원에는 상관없는 만큼 관광 온 사람들과 적당히 팀을 이뤄 이용하면 경제적이다. ![]() 거문등대 가는 길은 연인과 함께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며 주변의 나무, 곤충, 꽃들에 대한 이야기나 풍경을 관찰하면 좋을 만큼 오롯이 걷기 좋다. 하지만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숲길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건강함과 신선함은 꼭 둘이 아니라도 즐겁다. 특히 동백이 개화를 시작하면 거문등대는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거문도 가는 길 주변에는 동백나무가 그득 심어져 있어 늦가을 꽃이 피기 시작하면 관광의 절정에 이른다. 등대는 입구에서부터 거문도와는 다른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긴다. 잘 닦아진 길과 하얀 등대는 그동안 걸어오며 흘렸던 땀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 현재 등대는 2개로 2006년 1월 노후된 시설을 대신해 33m의 새로운 등탑이 신축되면서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100년 동안 사용한 기존 등탑은 등탑 외벽과 중추식 회전장치 등을 보수해 해양유물로 보존되고 있다. 7~8층 정도의 신거문도 등대에 올라서며 눈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전망은 눈을 맑게 하지만 창이 막힌 만큼 약간은 답답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경관을 즐기기에는 등대 근처에 있는 관백정 정자가 낫다. 자연 에어컨이 나오는 듯 시원한 바람과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와 어우러진 정자의 청취는 한여름의 더위는 물론 일상의 고민까지 잊게 만들다. ![]() 갈치는 거문도 갈치가 최고다 갈치는 오징어와 같이 빛을 좋아하는 야행성 생선류로 밤새 환한 불을 켜고 낚시로 낚는다. 이 때문에 거문도항은 밤새 잡은 갈치낚싯배가 들어오는 오전 6시 30분쯤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수협 위판장에는 중매인과 일꾼, 뭍에서 온 관광객들이 북적대며 싱싱한 갈치를 기다린다. 그 순간 갈치 파시가 이뤄진다. ![]() 나무상자에 가지런히 놓인 갈치는 들어오는 순서대로 경매에 붙여진다. 수협 직원들이 중매인을 상대로 경매를 진행하는 동안 선원들은 자신이 잡은 갈치 상자 위에 꼬리표를 붙여놓고 숙소나 인근 해장국 집으로 향한다. 더러는 경매 가격이 궁금해 중매인들 뒤에서 초조하게 낙찰가를 지켜보며 기다리기도 한다. 이곳의 경매는 다른 지역이 손으로 표시해서 하는 경매와는 달리 번호표를 나눠주고 여기에 각각 가격을 써서 중매쟁이에게 넘기면 중매쟁이가 가장 높은 가격을 매긴 사람에게 넘겨주는 방식이다. ![]() 갈치는 2∼3월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 등에서 월동하다가 봄부터 산란을 위해 연근해 쪽으로 북상한다. 여름철까지 산란을 마치고 수온이 내려가는 9월쯤 다시 남쪽으로 이동한다. 거문도 일대는 갈치가 난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길목으로 매년 7~11월 어장이 형성된다. 9∼10월 사이 추석 전후가 피크다. 연안에서 새우와 동물성 플랑크톤 등을 섭취한 갈치는 살이 통통 오른다. 북상 중에 제주해역에서 잡히는 것보다 몸체의 폭이 넓고 맛이 좋은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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