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역사' 팔미도 등대의 '106년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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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도록 외롭고 시리도록 쓸쓸한 서해안의 작은 등대섬 팔미도. 붉은 석양이 스러지고 난 밤바다에 암회색 커튼 같은 어둠이 쳐집니다. 하나둘 찬별이 아롱지고, 발아래에는 한 척 어선만이 아득한 수평선을 흐르지요. 어둠의 장막을 뚫고 일순 한줌의 빛이 비치더니 밤길 떠나는 배의 바닷길을 이끌어줍니다. 어두운 밤바다 홀로 밝혀온 팔미도 등대에게는 오직 별과 바람, 파도가 전부였습니다. 일제의 강제에 의해 등대가 만들어진 후 군인과 등대지기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출입도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올 1월 1일, 꼬박 한 세기 동안 우리 민족의 질곡과 환희의 역사를 증언해온 팔미도 등대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903년, 처음으로 불을 밝힌 팔미도 등대의 ‘106년간의 기억’ 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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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팔미도를 서울 진출의 필수 거점으로 삼아 등대를 설치하고 한반도 침탈에 나섰던 것이지요. 물론 뼈아픈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1950년 9월 15일 새벽불을 밝힌 팔미도 등대는 6. 25당시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인천상륙작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으니까요. 한마디로 팔미도등대는 우리 민족의 빛과 그늘을 함께 해 온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1월 1일, 한국전쟁 이후 해상경계를 위해 주둔한 군인과 등대지기 외에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던 팔미도 등대의 문이 열렸습니다. ‘2009년 인천방문의 해’ 를 맞아 인천시가 106년간 잊혀져 있던 작은 섬 팔미도 관광을 허용한 것이지요. ‘금단의 섬’ 이었기에 희귀한 동식물과 울창한 산림 등 자연 그대로의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다는 설렘도 크지만 한편으론 그 자연이 훼손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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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새로운 명물이 될 인천대교를 앞에 두고 안내원의 설명이 시작됩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구조물의 웅장함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지요. 여성의 각선미를 연상시키는 모양도 꽤 이색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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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년 동안이나 굳게 닫혀있었던 팔미도 등대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습니다. 뱃길을 따라 50분여 쯤 달리다보면 아스라이 하얀 팔미도 등대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지요. 배에서 내려 담쟁이 넝쿨이 보듬고 있는 숲을 따라 가파른 등대 길을 오릅니다. 처음으로 만나는 것은 팔미도 등대 건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천년의 빛 광장’ 조형물입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낙조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와 같다고들 하지요. 조금 더 오르면 옛 등대사무실인 해군 팔미교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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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팔미도 등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두 2개의 등대가 있는데, 먼저 보이는 것이 꼭 100년을 채우고 은퇴한 팔미도 등대이고, 뒤에 있는 것이 위성항법시스템까지 감춘 새로운 첨단 등대입니다. 등대 옆쪽으로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장군의 부조상이 새겨진 기념석도 있습니다.
“맥아더가 민족의 원흉이라니, 또는 영웅이라니 사실 그동안 말이 많았잖아요. 그런 논쟁과는 상관없이 어찌됐건 인천은 맥아더 그 양반이랑 뗄레야 뗄 수가 없죠. 구석구석 그 흔적들이 남아있으니 말이요. 그 중에서도 팔미도는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대단히 상징성이 있는 곳이지요. 헌데 중요한 군사요충지라 그동안 못 들어오게 했잖아요. 이번에 개방됐다고 하길래 한번 와 봤어요. 역사적 의미를 떠나서 106년 동안 사람 손이 타지 않아서인지 원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것이 참 아름답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기라도 가지고 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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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왔다는 김병례 할아버지(73세)는 아쉬운 듯 계속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립니다. 새로 만들어진 등대는 모두 4층으로 등대 홍보관과 전망대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맥아더 장군 기념석이 있는 곳을 지나 등대 홍보관으로 들어가면 인천 상륙작전을 생생한 영상과 디오라마로 재연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층은 항로표지 역사관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등대와 항로표지의 역사와 발달사를 전시한 공간으로 첨단 그래픽패널과 전자북 등 흥미 있게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4층 팔미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하늘정원 전망대에서 맛보는 풍광은 가히 사람들을 압도시키기기에 충분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북동쪽으로는 인천항과 인천대교, 그리고 송도신도시가, 남서쪽으로는 영흥대교, 영흥도, 자월도가, 북서쪽으로는 무의도와 인천공항이 또렷이 보이지요.
일제의 필요와 강압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를 지키는데 큰 공을 세웠던 팔미도 등대. 1903년 처음으로 불을 밝힌 후 시대의 아픔을 멍에처럼 덮어쓰고 서 있던 팔미도 등대는 모든 임무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 ‘불빛’ 은 이제 새로운 등대에게로 넘겨졌습니다. 새로운 등대에는 더 이상 ‘슬픔’ 이 아닌 영원한 ‘희망’ 의 빛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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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공원 등 도심개발로 잊혀져가는 달동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박물관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단 하나뿐인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이지요. 1960~70년대 실제로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던 ‘수도국산’ 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송림산 꼭대기에 수도국이 세워지면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개항기 이후 일본인들이 중구 전동 지역에 살게 되자 그곳에 살던 주민들이 쫓겨와 둥지를 튼 후 수도국산은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된 것이지요. 이어 6. 25전쟁을 겪으면서 생겨난 피난민들이, 1960년대에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전형적인 달동네가 탄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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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랴멜, 이발소 등 달동네 박물관에는 그때 그시절의 추억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300평 규모의 달동네 박물관은 달동네의 옛 정취가 서린 물품과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입구에서부터 달동네 당시의 판자촌, 공동화장실, 구멍가게, 연탄가게, 솜틀집, 이발소 등의 가게들이 실제와 똑같이 재현되어있지요. 특히 맨 처음 맞이하는 솜틀집은 3대째 운영되던 은율솜틀집의 주인의 물건을 들여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맞은 편 송현상회는 어릴 적 먹었던 캬라멜과 쫀득이 등 ‘진짜 옛날 먹을 것’ 들이 즐비합니다. 마치 달동네의 어둑한 거리를 비추던 흐릿한 보안등마냥 켜진 조명도 옛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요.
상가들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달동네 집들을 볼 수 있습니다. 좁디좁은 골목골목, 담도 없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작은 방들은 힘겨운 삶을 살았을 달동네 사람들의 설움을 느낄 수 있게 하지요. 누런 신문지를 덕지덕지 바른 방안, 손때가 묻어 반질거리는 장롱 등 어느 것 하나 ‘그때 그 시절’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이따금씩 개 짖는 소리와 고양이 우는 소리, 다듬이 소리, 통금시간을 알리는 딱딱이 소리도 들려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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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과 벽에는 ‘오늘은 쥐 잡는 날’ . ‘북괴남친 예고없다 총력안보’ 등 정부의 대국민 홍보물이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다른 담벼락에는 그 시절 영화계를 주름잡던 여배우들의 포스터로 도배가 되어 있지요. 체험거리도 다양합니다. 새벽녘 고된 몸을 일으켜 가족들을 위해 연탄을 갈았을 우리 어머님의 삶을 반추해 보는 ‘연탄불 갈기’ 체험과 여고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교복 입어보기’ 체험도 있지요. 추억을 파는 기념품 판매소에는 달고나 뽑기에서부터 못난이 삼형제, 12연방 고무줄 총까지 추억이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로가득합니다.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교과서에서나 봄직한 달동네의 풍경의 보며 힘겹게 살았을 부모님의 삶을 간접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머리 희끗한 나이의 어른들에게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던 유년시절의 향수를 회상케 해주기는 추억의 공간이 되기도 하지요. 그렇습니다. 온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 살아보자고 땀 흘렸던 그 때 그 시절. 오늘날 그 시대의 생활상을 경험한 세대와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함께 어울러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어려운 시절, 일상의 손때가 묻어있는 생활용품을 보며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서로 묻고 답하며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행 즐기기>
▶ 팔미도 가는 방법
월미도의 코스모스 유람선, 연안부두의 현대유람선을 이용. 현대유람선은 매일 2차례 팔미도행 유람선을 운행한다. 왕복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성인 기준 22,000원. 현대유람선 상품문의는 032-882-5555으로 하면 된다. (* 팔미도 등대 문의 : 팔미도항로표지관리소 032-831-4925)
☞ 팔미도 등대 자세히 보기
▶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가는 방법
1) 제1경인고속도로 가좌 IC(동인천방향) → 재능대학 앞 → 송림오거리 → 박물관
※ ‘송림오거리’ 에서 동인천역 방향(배다리 쪽)으로 10m지점에 박물관 이정표가 보이면 오른편 골목으로 우회전 → 50m지점에 '경기부동산'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약 400m 직진
2) 제2경인고속도로 종점 → 동인천방향 → 배다리삼거리 → 화도진길 → 박물관
※ 배다리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화도진길'로 진입 → 500m정도 직진후 삼거리 송현시장입구 아치' 통과하여 약 400m정도 직진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문의 : 032-770-6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