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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말리는 하늘 가장자리, 전남 신안 증도

채우리1 2009. 9. 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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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섬. 전남 신안 증도를 일컫는 다른 말이다. 짙은 녹색 머리를 누인 마늘과, 바람을 맞는 허허한 갯벌, 해 지는 모래사장, 화폐보다 귀했던 소금, 앞바다에 좌초한 오백 년 전 보물선, 그리고 목숨까지 내어 걸었던 선한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날은 5월 25일 월요일. KTX 일곱 시 열차를 타니 두 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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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둥어 튀어 오르는 진흙 갯벌, 전남 신안 증도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 신안 사옥도 선착장, 파란 대야에 고동색 낙지가 솟구쳐 오르는 구멍가게 앞에는 증도로 떠나는 배 시간표와 운임표가 붙어있다. 버스에 자동차, 봉고 등을 실은 배는 대나무 대를 세운 돌김 양식장을 지나 증도 버지 선착장에 닿았다.

선착장의 관광 안내도 뒷 편의 건물에는 제비들이 집을 짓고 바지런히 날아다닌다. 특산물 판매장에서는 지주식 돌김을 백 장 단위로 묶어 육칠천 원으로 팔고 있다. 태평염전 소금 포대도 쌓여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한다.

한참 이어지는 갯벌을 지나, 육지의 밭에는 다 자란 마늘이 무거운 머리를 눕히고 있다. 작은도서관과 중학교가 위치한 증도의 한적한 시내. 암회색 벽의 낮은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주유소의 한 청년이 "추억거리라면 벽을 뚫고 나온 등나무를 찍어야죠"라며 건물 뒷편을 가리킨다.

뜨거운 태양이 어느덧 점심 때다. 갯벌마다 뛰어다니던 짱둥어가 증도의 먹거리다. 안성식당에서 짱둥어 탕을 시키면 갈치속젓과 실한 고추를 비롯해 단출한 찬을 받는다. 탕은 '못생긴 물고기'라는 짱뚱어를 갈아 푹 끓였다. 들깨가루를 한 수저씩 넣어 먹는데 큰 별미는 아니나 보양식으로 좋다 한다.

짐을 풀어놓을 숙소는 시내에서 서쪽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다. 우전해수욕장과 갯벌 생태공원이 바로 근처, 낮은 사람 찾아다닌 문준경 전도사의 흔적이 남은 대초리와 화도노둣길을 남쪽으로 두고 있다. 동화 같은 예쁜 집들이 화단 사이 여유 있게 이어지고 테라스에서는 해송을 두른 흰 모래사장이 바라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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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두른 우윳빛 바다, 소금 말리는 천국의 섬

일주일을 살다 가면 일 년이 지나있을 것 같은 이공간의 리조트. 그러나 신안 증도가 '보물섬'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 송,원대 도자기와 교역물품을 실은 배가 침몰한 해역으로 1976년부터 84년까지 발굴된 유물만 2만 점이 넘는다.

기념비에서 건너다 보이는 바위섬에는 당시 배 모양을 복원한 기념관을 건립 중이다. 우윳빛 물살이 감도는 서해, 13세기 형식의 배 한 척이 세월을 거스르는 절경을 형형한다.

보물은 유적만이 아니다. 전래이야기 속 욕심쟁이가 요술 맷돌을 돌리고 돌리다 결국 함께 가라앉았다는 소금이다. 화폐보다 귀했던 소금, 원래 지도, 임자도, 증도로 나뉘었던 세 땅을 하나의 증도로 묶은 것도 간척지를 메운 태양과 바람의 염전이었다.

증도에는 1953년 조성된 태평염전이 우리나라 천일염의 6%를 생산하고 있다. 소금박물관을 지나 거뭇한 목재가 길게 이어지는 소금창고 주변에는 함초보호구역이 폐염전을 붉게 덮는다. 녹색 함초만 남기느라 수건을 쓴 주민들이 드문드문 빨간 풀을 제거하고 있다.

증도에 왔으니 해 지는 풍경은 반드시 우전 해수욕장에서 맞아야 할 터다. 하트모양으로 해변이 펼쳐진다는 도덕섬 해안일주도로도 있지만, 검은 갯벌에 비치는 촛불 같은 태양을 건너 희디흰 모래사장은 세상에 두 곳 없을 하늘나라 가장자리의 시공간이다.

'짱뚱어다리'(짱둥어다리)를 470미터 건너가는데 진흙갯벌에는 짱둥어가 펄쩍펄쩍 수없이 뛰어다닌다. 농게와 칠게도 지천으로 색 붉은 게는 먹을 수 없다 지역민이 귀띔한다. 다리는 짱둥어가 뛰어오르는 모양을 형상화해 중간에 다다르면 둥근 오르막길을 지난다.

야자수 심어진 모래사장에는 조개 껍질이, 해변 갯벌에는 게 구멍이 드문드문 하다. 초가지붕을 올린 해변의자에 걸터앉아 한 관광객이 하모니카로 섬 집 아기를 연주한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가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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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한우의 고장 함평, 광주 떠나며 죽음 애도하다

광어회로 저녁을 먹고 산낙지 탕으로 술자리가 있던 섬 여행, 이튿날은 증도를 떠나 함평으로 갔다. 나비축제로 이름난 함평, 녹색 전주에 노란 나비를 얇은 선으로 올린 가로등이 객들을 맞는다. 나비 날아다니는 나비 생태관 주변으로는 뱀딸기에 할미꽃까지 온갖 꽃이 우거졌다.

함평에 왔으니 청보리 먹인 한우를 점심으로 먹는다. 보통 육회가 냉동 한우를 쓰는 데 비해, 함평 한우 생고기 비빔밥은 냉동하지 않아 또 다르다. 홍어회에 한우 생고기가 함께 찬으로 나온다. 생고기는 비리지 않고 생선회보다 부드럽다.

1박 2일 전남 여행, 마지막으로 영광을 들러 광주 송정 역으로 돌아왔다. 가는 길 오는 길 전국을 온통 덮었던 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었다. 100% 서울내기는 노란 애도 손수건이 수없이 매달린 광주 송정 역의 분향소에 이름을 적고 고개를 숙였다.

내 손으로 뽑았던 첫 대통령, 이라크 파병의 실망감에 국회 앞 시위대에 서게 했던 대통령, 화가 나면 욕해도 된다 알려줬던 '바보 노무현'이었다. 기독교 순교지를 돌아본 전라도 여행, 나비의 주검 같은 죽음을 뜻밖의 장소에서 기렸다.

징한 울림이 있는 지역, 광주. 살아서 미운 사람은 오래도록 살고, 오래 살았으면 하는 사람은 때때로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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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둣길 따라 걷는 기독교 성지순례 여행.

코레일 기독교 성지순례여행은 신안과 함평의 여행지 외에 증도의 대초리 교회를 비롯, 영광 염산교회, 야월교회를 방문한다. 각각 일제시대, 6.25 등의 역사 소용돌이 속에 순교자가 생겨난 곳이다.

증도 대초리 교회의 경우 여성 순교자를 기린다. 문준경 전도사는 신안 증도의 대초리 교회를 비롯 11개의 교회를 세웠으며 6.25 당시에 죽음을 당했다. 대초리 교회에서 상영하는 영상물 속의 주민들은 그가 임산부와 아픈 자들을 찾아 다니며 헌신적인 도움을 주었노라 증언한다. 1.2km의 노둣길을 고무신 신고 건너 다녔다고 하며, 여행에는 이를 따라 걷는 체험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