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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 철길 끊긴 임진강, 새들 날다

채우리1 2009. 9. 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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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적벽 노 저어 가는 황포돛배

임진강. 함경남도 두류산 마식령 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한탄강을 거쳐 한강으로 흐른다.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안쪽으로 파주시 적성면, 파평면, 진동면, 장단면, 탄현면을 두루 지난다.총 길이 250km로 국내에서 일곱 번째 길이의 임진강은 6.25 이후 고스란히 민간인 통제선의 경계로 흘렀다. 7월 초 개통한 경의선은 임진강 좀더 가까이로 민간인을 실어 나른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대곡역에서 환승해 경의선 금촌역에서 하차한다. 역사 맞은편 정류장에서 92번 버스를 타면 1시간 40분여를 달려 적성면 버스터미널에 닿는다. 7-8년 전 일반 관광객들에게 뱃길을 연 두지나루까지는 차를 타고 10여분 더 들어가야 한다. 버스가 닿지 않아 택시를 타면 미터기 없이 4천원을 부른다.

적성면에 위치한 두지나루는 조선시대 개성에서 서울 마포 나루터까지 이어지는 교역로였다. 황포돛배는 서민들의 물물교역을 담당했던 고유의 배였다. 개성에서 소금 200가마를 싣고 지붕 없는 배에 황톳물 들인 흰 무명 돛을 세 폭 달고 7명의 사공이 노를 저었다. 두지나루에서는 인삼과 장작, 콩, 쌀을 마포나루에서는 소금과 새우젓, 생선을 날랐다.

바닥이 평평하고 둥글둥글 앞뒤 구분이 없는 돛배는, 2004년부터 운행을 맡았다는 사공이 입담 좋게 40분여 안내를 맡는다. 북한에서 5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해 흘러내린 용암은 남한 지역에도 드물게 불긋한 적벽의 흔적을 남겼다. 뱃길 왼쪽, 거북바위를 지나 세로 무늬에 가로 무늬가 겹쳐진 자장리 적벽과 뱃길 오른쪽의 토끼바위를 지나 작은 규모의 원당리 적벽이다.

자장리 적벽 사이 동굴에는 일곱 가족이 몰살 당했던 전쟁의 아픔이 서려있다. 전쟁 전까지 200여 가구가 살았던 두지나루는 교역으로 번창했던 마을이었다. 민간인통제의 50여 년 동안 인적이 드물어진 대신 엄나무, 뽕나무, 돌단풍이 임진강변 산지를 메웠다. 현재 두지 나루 인근에는 흥복, 참게, 민물장어 등 계절 따른 매운탕집이 번성했다.

수심 14-15m가 40cm까지 얕아지는 고랑포 나루터를 앞에 두고 배를 돌려 나온다. 적성터미널에서 문산터미널까지 나오면 경의선 전철의 끝인 문산역이 근처다. 문산역에서 운천역, 임진강역, 도라산역까지 가는 기차가 1천원 운임에 한 시간 간격이다. 장단과 판문,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가던 철길은 도라산에서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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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라니떼, 땅굴과 군복 가까이의 평화

임진강역 인근 매표소에서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통일촌을 돌아나오는 세 시간 상당의 기차-셔틀 연계 DMZ 관광(11,700원-철도 운임 별도, 땅굴도보견학시 8,700원)을 신청할 수 있다. 임진강역에서 군사 검문을 거쳐 도라산역으로 간다. 주민번호 '3'으로 시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임진강 철교를 지나면 강변을 따라 늘어선 철책 위로 작은 보초소가 한적하게 솟아 있다. 백단심, 적단심, 자단심 무궁화가 철을 맞아 한껏 폈다. 사람 발길 끊겨 한적한 평온이 지속되는 이 곳에는, '지뢰지대'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3인조 행동' 등의 군사 표지판이 우리가 휴전 중임을 일깨운다.

1978년 발견된 제3땅굴은 길이가 1,635미터에 달한다. 파란 안전모를 쓰고 승강기를 이용해 역땅굴로 들어가는데 지하 25층 깊이의 서늘한 공기가 여름 맨살에 스민다. 손을 뻗어 물기 서린 동굴 벽을 만진다. 승강기를 내려 물이 북쪽으로 빠지도록 설계했다는 얕은 경사로를 따라 동굴을 걷는다. 군사분계선 400미터에 다다르자 천장이 부쩍 낮아져 고개를 숙여 지난다.

굴 천장에 설치한 양은 세숫대야는 찌그러진 품새가 누군가 머리를 박았던 모양이다. 군사분계선 100여미터를 앞두고 가로막은 문의 작은 창을 들여다보면 문을 둘 지나면 북한 측 영역이라는 사실이 묘하다. 돌아오는 승강기에 오르기 전 재두루미 두 마리 모형이 선 DMZ 샘물을 플라스틱 표주박에 받아본다.  땅굴 바깥, DMZ 상영관과 전시관을 보고 나오면 도라전망대로 향한다.

눈으로 보이는 건 인공기와 나란히 선 태극기다. 남한의 대성동 마을과 북한의 기정동 마을을 각각 알리고 있다. 500원 동전을 넣고 망원경을 이용할 수 있다. 안내도가 안쪽에 있어 뒤늦게 지리를 확인하는 점이 아쉽다. 사진 촬영은 노란 선 바깥에서만 해야하는데 이를 어기면 친절하게 다가온 군인이 어느샌가 카메라를 빼앗아 사진을 지운다.

관광지를 떠나오는 버스 창밖, 앳된 군인들이 비닐봉지를 들고 까불까불 산길을 오르고 있다. 도라산역에서 문산역까지도 헌병 여럿이 함께 한다. 정치권력의 싸움 속에 사람들은 갈라섰고, 임진강은 봉쇄되었다. 철길 바깥에는 흰 고라니가 떼를 지어 난다. 한 눈에도 귀한 새가 허위적허위적 논길 위를 거닌다. 두루미, 수달, 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이 머무는 생태의 평화가 사람도 가르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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