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停)



자연을 벗삼아 그것과 하나가 되려는 욕심.
물결치듯 흐르는 바위 벼랑엔 아스라한 정자가 서있다.
피곤에 지친 선비의 작은 쉼터, 옛 성현의 글귀와 사모의 정이 녹아있다.

군자란.
식사하는데 배부르기를 바라지 않고,
거처하는데 편안하기를 바라지 않고,
일에 민첩하며 말에 조심스럽고,
인격을 갖춘 사람에게 나아가 자신을 바로 잡는다.
시원스런 물줄기처럼 거침없이 깍아 올린 계단.
동호정의 정신은 은일자(隱逸者)의 세계.
세상을 등지고 동호가에서 살았을 선비정신의 세계를 말한다.

높은 곳에서 흐르는 계곡물은 언제나 맑다.
선비의 높은 기상과 고아한 인간상은 흐르는 시간 속에 사라진 걸까?
변화가 생존수단이 된 세상, 정자에 깃든 선비정신은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잘생긴 바위 하나 골라 풍류를 심는다.
자신을 성현의 행적에 투영하여 자족하는 호사를 부린다.
군자정, 오늘 이 작은 정자에 올라 군자가 되어 볼까?
[여행지 이야기]
함양의 화림동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유명한 정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사문학과 정자문화의 꽃을 피웠던 담양의 소쇄원이나 식영정, 송강정등의 정자문화와는 사뭇 다른 이 정자들은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가다가 잠시 쉬어가는 장소 였기에 풍류와 쉼터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1.거연정
기암괴석이 즐비한 화림동 계곡에 정자가 들어서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과는 사뭇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하나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철로 만든 구름다리를 설치했습니다. 1640년경에 처음 정자를 지었을 당시에는 억새로 지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은 정자이기는 하나 풍광만큼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2.동호정
화림동 계곡에서 가장 큰 정자입니다. 동호 장만리는 당시 임진왜란때 선조를 등에 업고 수십리길을 재촉한 공로가 있어 이를 기리기 위하여 세웠다 합니다. 이곳은 동호 장만리가 풍류와 낚시, 독서등을 즐겼던 곳입니다. 성리학에서 주자가 동호에 은거했다는 사실로 ‘주자의 은거지’, 혹은 ‘주자가 독서한 강학공간’이라는 의미로서 동호라는 말에는 은일자(隱逸者)를 의미하며 때문에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이 자신의 호를 동호라 했다 합니다.
3.군자정
화림동 계류가의 커다란 암반위에 군자정이 있습니다. 이 곳의 큰 바위를 예로부터 영귀대라 불리며 풍류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합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잘생긴 바위에 고사와 관련된 이름을 붙이기를 즐겨 하였고 옛 성현들의 행적을 본받으려 하였습니다. 이 정자는 1802년에 문인 정여창의 뜻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고 이름을 군자정이라 하였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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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 사진기자 김지호
(augustli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