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시내버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냥 쉬고 싶었다. 안동에 있는 고택을 선택했다. 옛 선비들처럼 나도 고택에 머무르며 시원한 풍경을 벗 삼아 심신을 달래고 싶었다. 어딘가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그저 그늘 아래서 소설을 읽고 낮잠을 자며 망중한을 만끽하겠다고 생각했다. 버스터미널에서 67번 버스를 30여분 타고. 또 다시 내려서 30여분을 걸으니 농암종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마당에선 돌쇠가 빗자루질을 하고 있고, 방에서는 도련님의 천자문 외는 소리가 들리며, 안채에서는 주인어른이 긴 곰방담배를 피고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잠시 뒤, 주변 구경이나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안주인에게 시내로 나갈 택시가 없냐고 물었다. 물론 산 속에 택시가 있을 리 만무했고. 그 질문은 마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버스 정류장까지 신세를 좀 질 수 있겠소”의 또다른 표현 방식 같았다. 안주인은 바깥어른이 마침 시내에 갈 일이 있었다며 태워주겠다고 말했다. 덕분에 점심도 얻어먹고 편하게 시내 근처로 나올 수 있었다. 터미널로 가기 위해 다시 택시를 탔다. 안동의 번화가를 거쳤다. 그때 한 상점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장춘당약국’ 시신경을 타고 들어온 간판의 이름은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던 10년전 과 여행의 추억을 금세 불러냈다. 이름을 빼곤 장춘당 약국도 10년전과 많이 변해있었다.
다음 날, 여전히 무더웠다. 안동 주변을 좀 더 돌아다녔다. 목적지는 따로 없었다. 길 가다 좋은 풍경이 나오면 잠시 멈춰 광경을 눈에 담았고, 그곳의 고즈넉함을 몸에 새겼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 학생이 없는 학교, 이용객이 없는 기차역 등을 보며 평화로운 망중한을 즐기는 것이 바로 안동 예행의 목적지였다. 그날 바로 짐을 싸서 서울로 돌아왔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깨기엔 충분했다. 10년 전 과여행의 추억을 안주 삼아 신선놀음을 했던 이번 안동 고택체험, 책 몇권 싸가지고 산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휴가가 가능함을 확인시켜준 기회였다
tip! 안동은 국내 행정 도시 중 면적이 가장 넓다고 한다. 남서쪽 하회마을에서 북동쪽 농암종택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 가까이 걸린다. 때문에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글 blog.naver.com/haine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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