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추억을 담는여행

순수한 '개펄의 바다' 갈대들의 '파란 몸부림'

채우리1 2009. 8. 27. 13:33

 

순수한 개펄의 바다 그리고 갈대들의 파란 몸부림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은 갯벌 사이로 물길이 굽이굽이 휘감아 흐른다. 휘이휘이 불어오는 바람에 출렁이는 푸른 갈대밭의 몸부림, 파르르 떨리는 백로의 날개짓 소리, 공중곡예라도 하듯 뛰 노니는 짱뚱어와 농게…. 대대포구에서 해안까지 펼쳐진 갈대숲이 끝나는가 싶으면 시작되는, 끝도 보이지 않는 갯벌의 세계이자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터전인 순천만. 아름답다.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아니 아름답다 표현하기조차 벅찬 순천만의 풍경이다. 어쩌면 어느 것 하나 사람 손닿은 적 없는 순수 자연의 작품이기 때문일 테다.



갯벌, 갈대, 철새들의 낙원… 생태관광 1번지 ‘순천만’

고색창연한 선암사 숲길, 여름도 비켜간다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물결 잔잔한 호수, 순천만. 광활한 갯벌과 드넓은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보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단편소설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협약에 등록된 대한민국 대표 생태관광지이다. 또한 국제 보호조류인 흑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가 서식해 ‘새들의 낙원’ 으로도 불린다.


순천만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색다른 풍경으로 펼쳐지기에 네 번은 와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운치가 전혀 다르다. 허나 많은 이들은 갈대꽃이 피는 가을 무렵을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친다. 잿빛의 갯벌 위로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바다단풍’ 을 연출하는 칠면초 군락은 가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




대대포구에서 해안까지 이어진 끝없는 갈대숲의 감동

천천히 걸어보자. 살아 숨쉬는 갯벌이, 자연이, 그리고 생명이 느껴질 테다



순천만 기행의 본격적인 시작은 대대포구이다. 포구에서부터 펼쳐진 갈대밭이 모두 15만평. 전국에 최대 규모다. 새벽녘이면 짙은 안개 속에 묻히는 이 갈대밭이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대대포구의 선착장에서는 탐조선 투어도 가능하다. 배를 타고 순천만을 가로지르며 뭉글뭉글한 갈대군락을 지나가며 떼 지어 날아다니는 철새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무진교를 건너 펼쳐지는 갈대숲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용산전망대에 올라 순천만의 전경을 감상해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대대선착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비포장 둑길을 달리며 순천만의 갯벌을 만져볼 일이다.




S자형 물길 따라 뻘 위에 둥근 무늬 수놓는 갈대 바람

갈대숲 탐방로와 둥근 무늬가 도드라지는 뻘의 풍경



갈대숲을 거니는 동안에도 깜짝깜짝 놀랜다. 펄 위로 파닥거리는 짱뚱어, 고둥, 농게 때문이다. 바로 눈앞에서 게를 보는 아이들은 신기함에 연신 소리를 질러댄다. 용산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몸이 거의 뒤로 젖혀질 정도의 경사진 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순천만의 풍경은 그깟 고생쯤이야 한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입이 떡 벌어지는 풍광이다.



잔잔한 샛강사이로 붉은 해가 떨어진다. 한폭의 동양화 같다



그림 속 풍경 같은 순천만의 풍경이 눈앞에 다가온다. 풀어헤친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갈대군락과 가을이 채 오기도 전에 수줍은 소녀의 볼 마냥 살짝 붉은 칠면초가 뻘 위에 도드라지게 둥근 무늬를 수놓는다. 특히나 S자 모양을 그리며 길게 뻗어나간 물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용산전망대에서 보는 순천만의 풍경은 붉은 해를 품은 갯벌의 저녁노을이 백미. 잔잔한 샛강 사이로 붉은 해가 붉은 해가 떨어질라치면 ‘한 폭의 동양화’ 나 다름없다. 바로 이 풍경이 전국의 많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는 이유일 테다. 순천만 건너편 포구마을인 와온리도 일몰로 유명하다.




조계산 기슭, ‘선암사’ 가는 숲길에서 만난 여름

고색창연한 선암사 숲길, 여름도 비켜간다

순천은 외지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에게 보석과도 같은 자신의 속살들을 아낌없이 선사한다. 그 속살 중 두 가지는 조계산 기슭에 있는 두 천년고찰 선암사와 송광사이다. 먼저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는 백제 성왕 시절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머물렀던 비로암 자리에 신라 말 도선국사가 일으킨 대찰이다. 선암사를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조계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 숲길이 아름답고 고색창연해 한국미를 강조하는 영화 취화선과 동승의 배경지가 되기도 했다.




속세의 번뇌 벗고 불국정토의 세계로 … 깨달음의 다리 ‘승선교’

선암사의 명물은 승선교와 강선루, 그리고 해우소다. 먼저 사계절 길게 늘어선 소원돌탑을 지나면 선암사의 얼굴인 아치형 모양의 승선교(홍예교)가 나온다. 마치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듯한 모양이다. 절에 오르기 전 이 다리를 건너야 속세의 오염을 깨끗이 씻을 수 있다고 하는데 다리 아래에서 바라보면 자그마한 2층 누각인 강선루가 그 속에 들어앉아있다. 승선교 중앙에 돌출된 용두는 더더욱 신비롭다.


승선교와 해우소


다포식 건물로 맞배지붕을 한 일주문을 통과한 후 본격적인 경내 풍경이 시작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해우소. 4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해우소는 문화재로도 지정돼 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라고 했던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특별히 ‘울 일’ 이 없다고 하더라도 해우소는 꼭 들려보자. 몸속의 오물과 함께 마음의 욕심까지도 버리고 가잔 뜻이다.

오랜 세월 선암사를 지켜온 고목, 기와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선암사의 해우소는 바닥이 아주 깊고 넓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볼일을 보면 그 떨어지는 소리가 다음날 아침녘에야 들린다는 얘기가 있다. 또 하나의 명물은 국가지정 명품 매화길이다. 이른 봄날의 선암사는 매화와 벚꽃, 돌담, 그리고 기와가 어우러져 절집 전체가 한 송이 꽃으로 보일 정도로 그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마음의 욕심 버리고, 그윽한 야생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녹차야생차밭으로도 유명한 선암사. 다도체험도 가능하다



선암사 뒤편 산비탈에 있는 녹차야생차밭은 진한 차향으로 코끝을 향기롭게 한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허균이 지은 시문집에 ‘작설차는 순천산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이다’ 라고 할 만큼 순천의 차 맛은 그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왔다. 순천의 차는 뿌리가 땅속을 곧게 파고 내려있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곧 죽고 마는 성질이 있어 그 옛날 어머니는 딸이 시집갈 때 그 차 씨앗을 정절의 상징으로 넣어주었던 것도 그래서다. 선암사내에는 야생차 한 잔 여유롭게 나눌 수 있는 그윽한 한옥 차 체험관이 있어 발길을 머물게 한다.




전통 승맥 계승한 승보사찰 ‘송광사’ … 마음 닦는 귀한 절

송광사로 가는 일주문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세월각과 척주당



조계산의 또 다른 명찰 송광사도 가보자. 선암사에서 승보사찰인 송광사로 가는 6.7km에 이르는 숲길 또한 아름답다. 송광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3대 사찰이자 보조국사 지눌과 더불어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이다. 송광사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청량각이다. 맑고 청아한 개울을 건너며 속세의 번뇌를 떨쳐낸 다음, 산사로 향하라는 뜻이리라. 경쾌한 계곡 물소리를 따라 녹음이 짙은 숲길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일주문이 나온다. 왼편으론 송광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는 우화각의 풍경



거울처럼 투명하면서도 잔잔하게 우화각을 비추고 있는 개울 위로 아담한 무지개다리, 즉 홍예교가 놓여있다. 홍예교는 인공이면서도 인공이 아닌 듯 주변의 자연풍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바로 이곳이 사진작가들이 말하는 포토 포인트.


"이 우화각에서 우화(羽化)라는 뜻으로 이 다리에 오르면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고 합니다. 자, 어때요? 가벼워짐을 느끼나요?"

함께 동행한 순천시 문화유산해설가의 말이다. 개울을 건너 절의 안쪽으로 가자 넓은 공간 사방으로 대웅보전과 승보전, 지장전 등의 건물이 둘러서 있다.




4000명분의 밥을 담아두는 비사리구시 등 송광사 3대 명물

당시 절의 규모를 알 수 있는 비사리구시. 4000명 분의 밥을 담을 수 있다

송광사는 선암사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의 명물이 있는데, 비사리구시와 능견난사, 그리고 쌍향수가 그것이다. 먼저 국사전 한 켠에 놓여있는 비사리 구시는 사찰로 모여든 대중들을 위해 밥을 저장했던 일종의 밥통으로 그 크기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쌀 7가마 분, 즉 4000명분의 밥을 담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예전의 이 절의 규모를 짐작케 해준다. 조계산 마루 천자암 뒤뜰에 있는 수령 800년의 쌍향수는 곱향나무로도 불리는데 높이 12.5m의 두 그루 향나무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 이름이 붙었다. 나무 전체가 엿가락처럼 꼬였고 가지가 모두 땅을 향하고 있는데 문화재청은 이 나무를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나무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부도 앞에서 내려다 본 송광사의 풍경
 마음을 닦는 송광사 템플스테이



능견난사는 절의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정교함이 돋보인다. 여름철이면 송광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댄다. 선(禪)수련으로 마음의 찌든 때를 벗겨내고 ‘참나’ 를 만나고자 하는 이들로, 자연 속에서 무더위를 잊고 심신을 맑게 해주는 템플스테이 때문이다. 송광사의 템플스테이는 엄격한 수행생활을 요하기 때문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는 게 좋을 듯 하다.




사람 사는 예스러운 마을 ‘낙안읍성민속마을’



우리 서민들이 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낙안읍성마을



조선시대 성, 동헌, 객사, 초가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성과 마을이 국내 최초로 사적 제 302호에 지정된 낙안읍성. 성내에는 과거의 대장간, 장터, 객사, 낙안읍성자료관, 전시가옥, 서당 등 조선시대 민초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둘러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낙안읍성이 독특한 색을 가진 이유는 여타의 민속촌과 낙안읍성은 주민들이 직접 살고 있는 유일의 민속마을이라는 점일 게다. 그러하기에 이곳 읍성마을은 어느 곳보다 친근감이 앞선다. 전시용도 아니고 인위적이지도 않으며 안동 하회마을과 같이 양반마을도 아닌 그저 대다수 우리 서민들이 살아왔던 그 모습 그대로다.



어린 시절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짚물 공예 등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이웃과 이웃을 잇는 돌담은 모나지도 높지도 않고 담장이와 호박넝쿨이 어우러져 술래잡기 하며 뛰놀던 어린 시절 마음의 고향을 연상케 하며 마당 한 켠의 절구통마저도 고즈넉한 곳이 바로 이곳 낙안읍성이다. 이 곳에서는 수문장 교대식 뿐만 아니라 짚물 공예, 가야금 병창 공연, 대장금 복식 체험 등을 무료로, 천연 염색의 경우 소정의 체험료로 즐길 수 있다.




빛바랜 흑백사진 꺼내놓은 ‘에덴의 동쪽’ 촬영지

우리 시대 달동네의 모습,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 군데 더 둘러볼 만한 곳이 있다면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에덴의 동쪽’ 의 촬영지다. 총 1만 2천여 평의 부지에 3개 마을 200여 채의 건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순천드라마 세트장이 그곳이다. 이 곳 촬영지는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달동네를 그대로 재현하여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어른들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련한 기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어려웠던 시절의 모습 에덴의 동쪽에서 등장한 식당


촬영장은 모두 3가지테마. 하나는 에덴의 동쪽에서 주인공들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린 1960~70년대 강원도 태백 탄광촌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서울의 달동네, 다른 하나는 70년대 번화가의 모습니다. 중앙극장, 제일 양조장, 소방서 등 60년대 순천읍내 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또한 서울의 달동네 그리고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는 것처럼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주기에 충분하다.


※ 여기서 잠깐! 에코투어리즘(녹색관광)이란 : 생태관광이라고도 불리는 에코투어리즘은 기존의 먹고 쓰고 노는 소비적인 관광을 넘어 환경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즐기는 여행방식이나 문화를 뜻한다.




여행안내

순천만 가는 방법
자가 : 남해고속도로 서순천IC(2번 국도) - 순천 시내 - 청암대학 사거리(좌회전) - 대대포구
버스 : 경부(중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서순천IC (4시간30분 소요)
기차 : 용산역∼순천역 5시간 소요
지역교통 : 순천∼대대동 순천만(버스) : 공용정류장 앞에서 67번 버스 운행(30분 소요)


※ 순천IC에서 벌교방면으로 가다가 순천청암대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818번 지방도를 타고 10분쯤 달리면 순천만자연생태관이 보임

선암사 가는 방법
순천역→선암사 시내버스(1번)
순천시외버스터미널→승주읍 시외버스


송광사 가는 방법 자세히 보기
순천역→송광사 시내 좌석버스 (1시간 간격, 송광사하차-1시간소요)
순천공용정류장→송광사 시외버스(2회운행)


낙안읍성 가는 방법 자세히 보기
순천역→낙안(63번, 68번) 시내버스
시외버스터미널→낙안읍성 시외버스(1일 3회 운행)


에덴의 동쪽 촬영지 가는 방법 자세히 보기
호남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 → 순천IC → 22번 국도 → 남교오거리 → 818번 지방도 → 순천시내에서 광양방면 금당 부영 5차 아파트 근처


<문의> : 순천시 문화관광과 061-749-3742,3328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
손은덕 취재기자(toss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