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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그네들의 해넘이·해맞이 명소

채우리1 2011. 12. 2. 00:36

 

 

[인터뷰] 행복한 나그네들의 해넘이·해맞이 명소

행복한 나그네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에서 가는 해를, 또 오는 해를 맞이하시나요?




2011 청사초롱 여행작가 6인

행복한 나그네들의 해넘이·해맞이 명소

행복한 나그네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에서 가는 해를, 또 오는 해를 맞이하시나요?

에디터 박은경

일출+드라이브+대게=후포항! 〡서동철(여행작가)

몇 해 전 겨울,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던 길이었다. 때마침 동이 트기 직전이었고, 어둑하던 하늘은 어느새 희붐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문득 짙은 남색과 주홍색과 붉은색이 형언할 수 없는 빛깔로 뒤섞이는 하늘을 보았을 때였다. 일출 사진을 찍고야 말겠다는 왠지 모를 사명감과 조바심이 일었고, 핸들을 잡은 손엔 땀이 배어 나왔다.

급한 마음에 삼율교차로에서 7번 국도를 버리고 바다와 바짝 다가선 길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것은 울진의 후포항. 항구를 지나자마자 커다란 바위 언덕이 눈에 들어왔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망대에 올랐다. 그곳에서 바라본 일출은 한겨울의 매서운 바닷바람도 잠시 잊게 할 만큼 장관이었다. 동해의 일출이야 어디에서 감상해도 모두 아름답겠지만, 해안도로에서 바다 쪽으로 불쑥 나아간 갓바위는 태양을 향해 손을 뻗은 형상이어서 독특한 해돋이 풍경을 선사한다. 동해안의 다른 일출 명소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비교적 호젓하게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후포항에서 직산1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후포항의 대게가 유명해 ‘울진대게해안도로’라는 별칭이 있기도 하다. 도로와 바다의 간격이 2~3m도 채 되지 않는 구간이 많아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길을 달리다 보면 거대한 대게 조각이 있는 울진대게유래비를 만나게 되고, 도로 우측으로는 대게 모양의 작은 조형물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어 이색적이다. 이에 더해 제철을 맞이한 울진대게까지 맛볼 수 있으니 더할 나위가 있으랴. 일출에 드라이브에 대게까지! 일석삼조란 이런 때 쓰는 말일 게다.

바다라고 쓰고 희망이라 읽는다 〡유은영(여행작가)

해가 바뀔 즈음이면 마음 한 곳 누군가 베어 문 듯 아려온다. 그 상처에 후시딘처럼 딱 맞는 약이 있다. 바로 포항 호미곶으로 떠나는 것. 포항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 해안선을 따라 겨울 바다가 반겨주고, 맛 좋고 영양 많은 과메기도 한창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해맞이 명소로 첫손에 꼽히는 곳이다.

12월31일. 매서운 겨울바람에 파도는 안개처럼 하얗게 부서진다. 갈매기들은 추위에 깃털을 한껏 부풀리고 옹기종기 모여 햇살을 즐긴다. 동해의 겨울 풍경 속에 과메기들이 줄지어 익어간다. 이제 2011년의 해가 사라지고 어둠이 몰려오면 과메기식당 한켠에 자리를 잡는다. 어린 배추에 바다 향 가득한 김과 미역을 얹고, 마늘 파 풋고추를 정성껏 올려놓은 다음, 과메기를 초장에 듬뿍 찍어 올린다. 아, 마지막으로 한 해 동안 못난 내 모습도 함께 쌈 싼다. 한입 가득 고소한 맛이 퍼져 나가고, 다 이루지 못한 부족함과 오만, 무지와 부끄러움을 위로받는다. 입이 미어터지도록 씹는다. 과메기가 맛있을수록 작별의 아쉬움도 소화가 잘된다.


1월1일 아침. 새해를 맞는다. 새로운 해는 더욱 뜨겁다. 뚝 떨어져 나가 아프던 맘도 서서히 아물어간다. 부모님과 여행가기, 책 백 권 읽기, 하루 한 가지 기분 좋은 일 하기, 따뜻한 맘 갖기. 소원들을 수제비 뜨기 하듯 붉은 바다에 던진다. 상생의 손이 그 소원들을 하나하나 받아 적는다. 다시 12월31일이 되면 메일을 보내올 거다. 그 소원들을 몇 개나 이루었고, 그러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뛰어왔나 체크하고 또 바다로 뛰어올 거다. 그리고 뜨겁게 감사한다. 그저 살아있음을.

새해를 맞이하는 가장‘쉽고 편한’방법! 〡백선영(여행작가)

새 다이어리로 2011년 목표를 야심차게 적어 내려갔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반의반도 이루지 못하고 훌쩍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서 2012년은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게 열고 싶다. 새해 첫 해돋이를 눈과 가슴으로 만나며.

하지만 새해 첫 일출을 보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일출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은 몰려드는 인파와 교통 혼잡으로 붐빌 것이 뻔하고, 최악의 경우엔 꽉 막힌 도로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비극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생각을 조금만 돌려보면 답이 보인다. 꼭 멀리 나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찾아보면 서울 도심에도 훌륭한 일출 명소가 의외로 많다. 그중에서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 63시티에서 일출을 보는 것으로 새해 첫날의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놓았다.


63시티 60층에 자리한 스카이아트 미술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쉽고 편하게’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차가 막히거나 인파로 붐빌 염려가 없는 것은 기본이요 따뜻한 실내에서 일출을 볼 수 있으니, 멀리 가기 귀찮고 추위 많이 타는 이들에게는 이곳이 최고의 일출 명소인 셈이다. 한강을 붉게 물들이며 빌딩 숲 사이로 솟아오르는 일출도 멋지지만 360도로 펼쳐지는 서울 시내의 풍경은 새해 첫날이라 그런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63시티에서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해돋이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63시티는 스카이아트 미술관에서의 해돋이 관람권과 아침 식사, 아이맥스 영화관, 63씨월드 등의 시설 이용권이 포함된 해돋이 패키지를 매해 선보이고 있다. 1월1일 당일에도 살 수 있지만 선착순으로 판매하니 꼭 보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정답이다.

바다와 예술의 골목에서 보내는 2011 〡서영진(여행작가)

통영에서 훈훈하게 한 해를 보내련다. 따사로운 통영은 푸른 바다와 예술이 소담스럽게 담긴 고장. 볕이 드는 골목에 기대 그들의 온기와 사연을 음미하며 한해를 정리하기에 좋다. 화가 전혁림, 이중섭, 시인 유치환, 음악가 윤이상 등이 모두 그리운 통영의 바다가 길러 낸 예술가들이다. 강구안 우체국에는 시인 유치환과 이영도의 러브스토리도 담겨 있다. 청마 거리, 윤이상 거리 등 아련한 흔적들만 거닐어도 가슴이 북받친다.


통영의 거리가 유명 예술가들의 체온만 묻어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곳은 동피랑이다. 골목 사이에 웅크린 벽화마을인 동피랑은 서민들의 삶터이자 따뜻한 그림이 있는 땅이다. 한 때 철거될 위기에 처했으나 독특한 골목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전국 각지의 미술학도들이 몰려와 골목마다 그림을 꽃피워냈다. 사연 가득한 골목 벤치에 앉아 통영의 바다가 붉어질 때까지 머물며 호젓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동피랑에서 벗어나면 중앙시장, 서호시장과 강구안 남망산 조각공원이 이어진다. 예술과 회 한 점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 기울여도 좋겠다.

포효하며 솟구치는 새해 첫날의 일출을 찾아 〡지유석(자유기고가)

또 한 해가 저문다. 저무는 해를 생각하면 아쉬움만 남는다.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그러나 오는 해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난날의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날, 그리고 새해 첫날은 세상없어도 시간을 쪼개 일출을 보러 먼 길을 떠난다. 자주 가는 장소는 거제도 사자바위. 사실 거제도 사자바위의 일출 장면은 너무나 유명하다. 오죽하면 정부 수립 이래 대한민국에서 매년 찍어내는 달력마다 사자바위 일출이 빠진 적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보면 무척 진부한 장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달력 사진으로만 보아도 사자바위의 일출은 ‘와~’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물론 직접 가서 맞이하는 일출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마저 전해준다. 마치 사자가 포효하듯, 붉은 태양을 토해내는 듯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해 내기 때문이다. 명불허전이라고, 거의 50여 년 동안 일출명소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부는 바람은 유난히 매섭다. 특히 바닷바람은 마치 날카로운 독수리 발톱이 뺨을 할퀴듯 쓰라리기만 하다. 그러나 사자바위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그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할만치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사자바위에서 포효하듯 솟구치는 태양을 바라보며 흐트러졌던 몸과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 보리라.

소백산 하늘 정원에서 비는 새해의 평안함 〡허윤주(자유기고가)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仁者樂山)’이라는데 나는 인자도 아니면서 산이 좋다. 아마도 산골짜기에서 나고 자란 때문이지 싶다. 그중 소백산 일출은 살면서 꼭 한번 봐야 할 ‘버킷 리스트’중 하나다. 내가 온갖 쟁쟁한 산들을 제치고 소백산을 꼽는 이유는 산꼭대기 능선길에서 누리는 평온함 때문이다.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아우르는 산이라 등산로가 여럿 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영주 희방사 코스다. 숨을 몰아쉬며 깔딱 고개를 넘으면 종일 달려도 지칠 것 같지 않은 편안한 평원이 나타난다. 이 초원길은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 4.4㎞나 이어진다. 봄여름 내내 들꽃이 흐드러진‘하늘 정원’은 한겨울이면 눈길 닿는 곳마다 새하얀 설경이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이국적인 정취다. 겨울 소백산은 칼바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백두대간의 한복판을 무념무상으로 걷다가 겹겹의 산봉우리 위로 솟아오르는 불덩이를 만나면 산행의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진다.


소백산 일출을 보았다면 내려오는 길에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에서 바라보는 낙조를 빼놓을 수 없다. 서쪽 하늘을 태워버릴 듯 선홍색으로 물들이며 태백산맥 산자락 뒤로 넘어갈 때의 그 장엄함이란.

단양 천동리, 신선봉 쪽으로 하산하면 또 다른 볼거리가 많다. 동양 제일의 석회석 천연동굴인 고수 동굴, 온달 동굴뿐 아니라 도담삼봉 등 단양팔경이 기다리고 있다. 단양군 영춘면에 위치한 구인사는 가파른 산골짜기를 따라 수십 채의 절 건물이 빼곡하다. 절식구들이 1년 내내 먹는다는 어마어마하게 큰 장독대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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