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FEATURE]정선② 철길 따라 풍경과 추억이 흐른다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8.13 13:18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완행열차. 어린 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첫 기차여행의 아련한 추억, 학창시절 완행열차로 떠났던 수학여행의 기억, 부모 형제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고향역을 떠났던 아쉬움, 차창 밖으로 스쳐가던 아름다운 풍광, 5일장에 내다 팔 농작물을 머리에 이고 열차를 기다리던 아낙네의 무표정한 얼굴과 봇짐장수들의 걸쭉한 입담……. '완행열차'란 단어 속에는 서민들의 애환과 삶의 애잔한 내음이 묻어 있다. ![]()
구절리역을 출발해 아우라지역까지 편도로 운행되는 7.2㎞의 레일바이크 구간은 국내 최장 코스로 약 50분이 걸린다. 전체 구간이 대부분 평지나 약간의 내리막길로 이어져 있어 페달을 돌리는 데 힘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송천을 끼고 철로 위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레일바이크는 2인용과 4인용이 있는데, 주변 경치를 여유 있게 즐기려면 시속 15㎞ 정도로 가는 것이 좋다. 구절리역을 출발하면 짧은 터널을 지나자마자 철교와 마주친다. 다리 아래로 맑디맑은 송천이 굽이친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따라 철로가 놓여 있어 주변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강물은 흐르고, 자전거는 달리고, 주변 풍경도 자전거 속도에 맞춰 흐르는 듯하다. 비스듬히 등받이에 기댄 채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기분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송천을 따라 이어진 철길은 구부러진 한국 소나무들이 가로수처럼 나란히 달리고, 철길에 착 달라붙은 논밭이며 아직도 오막살이 같은 집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맑고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소리치는 탄성은 어느새 '카타르시스의 물결'로 밀려온다. 중간 지점의 휴게소에서 10분쯤 쉬어간다. 기념촬영도 하고 강바람도 쐬며 목을 축인다. 다시 출발, 제법 긴 터널에 들어서니 원색의 조명으로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것보다 냉장고처럼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한여름 무더위 식히기에 그만이다. 아우라지가 내려다보이는 철교를 건너자 레일바이크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아우라지역이다. 레일바이크에서 내린 뒤 풍경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아우라지 주변을 돌아보거나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된 어름치가 자갈에 산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열차 카페 '어름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다시 기적 소리가 정겨운 풍경 열차 '아리아리호'를 타고 구절리역으로 돌아가는 길은 풍경의 복습이자 바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추억의 길이다. 출발하기 무섭게 열차 창에는 영사기를 돌린 듯 아우라지의 풍경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사방이 산과 물이다. 야트막한 집 뒤로 산들이 빙 둘러서 있는 것이 마치 고향 땅에 온 듯 포근해진다. 철길 옆으로 나 있는 옥수수 밭이며 오막살이 같은 작은 집과 허물어진 토담들이 오히려 정겨워 보인다. 국내 최초로 올해 선보인 '기차 펜션'도 레일바이크에 이어 구절리의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기차를 개조했다는 특이한 탄생 배경도 흥미롭지만 그 자체로도 아늑하고 부족함 없는 펜션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기관차 1량과 객차 4량을 이용해 총 9실의 객실로 꾸몄다. 객실은 침대와 온돌 2종이며 큰 방(33㎡)과 작은 방(22㎡)이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화면뿐 아니라 PC의 모니터 역할까지 하는 평면TV, 정수기와 미니바, 욕실, 화장대, 에어컨까지 갖춘 숙소다. 또 송천 쪽의 6인용 목조 테이블이 있는 널따란 데크에서는 송천 물줄기와 강 건너편 산자락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기차 펜션과 이웃하고 있는 기차 카페 '여치의 꿈'은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자연의 향취를 한층 더해준다. 여치의 꿈은 내부만 개조한 이전의 '기차 카페'와는 달리 거대한 강철 다리를 제작해 붙이고, 객차 위에 객차를 얹었다. 수놈과 암놈이 다정스럽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인데, 멀리서 볼수록 더욱 실물과 닮았다. 암놈(아래층)은 스파게티 전문점, 수놈(위층)은 카페이다. 시간 여유가 많다면 구절리 여행에 나서는 것도 좋다. 평행선을 달리는 철로 끝에는 해발 1천322m나 되는 노추산이 버티고 있고, 그 뒤로 발왕산과 오대산 등 태백준령들이 잇닿는다. 기암괴석과 산 위의 운무가 어우러져 절경인 노추산은 이성대와 오장폭포로 유명하다. 노추산 중턱의 대성사에서 능선을 따라 1㎞ 가량 더 올라가면 기암절벽 위에 설총과 율곡 이이가 공부했다는 이성대가 자리 잡고 있다. 산 위 절벽에서 곧장 계곡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가 이색적인 오장폭포는 구절리 인근에 위치해 있어 손쉽게 둘러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굽이굽이 휘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노추산 계곡, 자계골 등 정선의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여행 정보 가는 법_ 영동고속도로∼진부 나들목∼59번 국도∼42번 국도∼아우라지∼송천∼구절리 레일바이크 이용 요금_ 2인승(1만8천 원), 4인승(2만6천 원) 기차펜션 이용 요금_ 큰 방(33㎡) 10만 원, 작은 방(22㎡) 7만 원 예약 문의_ 코레일투어서비스(주) 정선지사 033-563-8787, www.ktx21.com 글/이창호 기자(changho@yna.co.kr),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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