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번호 799-805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
독도 괭이갈매기가 보내는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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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독(獨)자를 쓰는 독도. 하지만 독도는 외롭지 않다. 신비한 동해와 괭이갈매기가 있어 외롭지 않다.>
여간내기가 아니다.
마음먹기도 어렵고, 마음을 먹어도 날씨가 허락지 않아서 독도는 가기 힘든 뱃길이다. 정작 떠난 뱃길도 녹록치 않다. 아침 일찍 삼봉호로, 혹은 오후 즈음 한겨레호로 떠나온 독도길은 멀미가 9할이다. 멀미는 졸음이 되고, 이 졸음 덕에 울릉도에서 독도간 87.4km의 거리를 어찌 왔는지 알 길이 없다. 그래도 독도가 시야에 들어오기 전부터 들려오는 괭이갈매기의 목청 좋은 울음이 몽롱함을 떨치게 한다.
독도에 발을 내딛는 발걸음은 중력의 법칙이 비켜 간 듯 가뿐하다. 독도가 주는 상징성 때문이리라. 이미 ‘독도’라는 행정구역에는 우리나라 최동단 섬이라는 지리적 성격 외에도 ‘우리 땅, 우리 자존심’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있어서다. 그래서 일까. 여행자들은 환호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며 독도선착장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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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시야에 들어오자 여행자들은 카메라에 독도의 모습을 담기 바쁘다.> | |
‘좌우간 독도가 어떻게 생겼기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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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동도와 서도, 두개의 섬이란 걸 아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동도와 서도는 15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평균 수심은 10m정도다. 배가 도착한 동도에는 독도경비대가 생활하고 있는 곳으로 이들과 관련한 시설물을 제외하고는 헬기장, 유인등대, 서도에는 어업인숙소가 시설물의 전부다. 경비대원의 막사 오르는 길에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이 새겨둔 ‘한국령’이란 표석도 있는데 여행객들이 볼 수 없어 아쉽다.
요컨대 여행자들이 만나는 독도는 자연 상태, 날 것의 그대로다.
독도에 발 딛은 설렘은 괭이 갈매기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정적인 독도에 대한 감흥보다 머리 위를 도는 셀 수 없이 많은 괭이갈매기에 눈이 먼저 가기 마련. 아마도(?) 독도를 찾는 이들을 반가는 모양새다. 무어라 저들끼리 주고받는 말의 뜻은 도통 알 길이 없으나 “오늘은 사람이 정말 많다”거나 “날씨가 좋아 다행이다”는 얘기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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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에서 바라본 서도 모습. 괭이 갈매기에겐 한달음에 갈 수 있는 150m 거리지만 사람이 건너기엔 아득하다.
독도의 괭이갈매기는 독도를 대표하는 텃새로 매년 5월경이면 독도 섬 전체에 자리 잡는다. 동도와 서도의 가장 뾰족한 부분은 언제나 괭이갈매기의 분비물이 쌓여 마치 바닐라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는 듯하다. 섬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독도는 관광객들의 이동이 제한적이다. 선착장 부근에서 서도를 바라보는 것, 선착장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선착장에서도 눈과 마음은 풍요롭다.
일산에서 왔다는 김영숙씨(67)는 동도선착장에서 바투 보이는 부채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독도, 독도 하길래 한번 와봤어요. 이렇게 보니 일본 사람들이 탐낼 만 하지 않아요? 이렇게 좋으니까 자꾸만 자기들 땅이라고 하고 싶겠지. 그죠?”
원시자연의 ‘섹시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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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부채바위와 숫돌바위, 촛대바위가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자연의 ‘섹시한’아름다움을 뿜어낸다. 마치 기대 없이 열었던 소설책이 너무 흥미진진해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는 심정처럼.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460만 년 전 동해바다에서 솟아난 독도에서 눈을 거둘 수가 없다. | |
동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 선착장과 숫돌바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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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해 본 적도, 유사품(?) 조차 본 적 없는 독도의 생김생김은 검푸른 바다 빛에 둘러싸여 더욱 신비스럽다. 신비로움은 그 속을 알 수 없을 때 더욱 간절하고 아름다워지지 않던가. 섬 전체를 오를 수 없는 아쉬움은 신비함 속에 묻어두기로 한다. | |
다듬어 지지 않은 원시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동도의 부채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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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벼랑 끝에 지어진 어업인숙소와 동도에서 독도경비대와 함께 생활하는 삽살개 '지킴이'
동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서도는 조금 더 크고 넓다. 해발 168.5m로 뾰족한 원뿔 모양으로 이뤄졌다. 한눈에도 동도보다 더 가파르다. 서도의 해안절벽에 작은 ‘콘도’처럼 생긴 건물이 보인다. 서도어업인숙소다. 이곳은 최초의 독도주민이었던 故 최종덕씨가 벼랑 끝에 집을 지어 살던 곳으로 지난 1997년 새로 건립 한 것. 2006년 2월 19일부터는 현재 유일한 독도주민인 김성도씨가 살고 있다. 그렇다면 외떨어진 섬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물은 어떻게 구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독도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서도의 북서쪽 해안의 물골바위틈에서 떨어지는 지표수가 하루에 1,000리터 정도에 이르러 귀중한 식수원으로 쓰인다"고 한다.
한쪽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킴이를 보기 위해서다. ‘지킴이’는 독도경비대와 함께 살고 있는 삽살개로 독도의 유일한 포유류다. 삽살개 보존회가 기증한 지킴이의 짝은 ‘독도’(암컷)로 출산을 위해 뭍으로 간 상태다. 독도를 찾는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하는 지킴이는 순하기도 하거니와 카메라 세례에도 능숙하게 포즈를 취해 관광객들의 사랑을 담뿍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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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20분여. 선착장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 동안 욕심껏 보고 느껴야 한다. |
모진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는 땅채송화 |
토양이 없어 바위에 뿌리 내린 식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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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에 오롯이 새겨 누군가의 독도여행에 한마디 거들 일이다. “독도에 가 봤냐고, 독도에 가면 460만 년 전부터 당신을 기다려온 기암괴석들과 신비한 검푸른 빛 동해바다가 기다리고 있다고…”.
함께 탑승하게 된 기상청 관계자들은 “가만히 앉아 배만 기다리지 말고, 저기를 보라”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바다 너머 어슴푸레 희뿌연 섬이 보였다. 울릉도였다. “독도에서 울릉도가 육안으로 보입니다. 매일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울릉도까지 보여요. 여러분들이 운이 좋았네요. 독도에서 울릉도가 눈으로 보인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일본에선 아무리 용을 써도 독도가 보이질 않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독도에서 울릉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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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머무르는 시간은 20~30분여. 독도경비대원과 지킴이, 괭이갈매기의 배웅을 받으며 관광객들은 떠난다. |
독도는 외로울 독(獨)자를 쓴다. 헌데 독도에서 보니 독도는 외롭지 않다. 울릉도가 지켜봐주니 외롭지 않다. 동도와 서도가 마주 보고 서 있어 외롭지 않다. 검푸른 신비함으로 독도를 감싸 안은 대한민국령 동해(Sea of Korea East Sea)바다가 있어 결코 외롭지 않다.
“앵앵”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괭이갈매기들의 군무가 시작됐다. 괭이갈매기가 초대장을 전하기 위한 몸짓이다. 우편번호 799-805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에서 보내온 초대장엔 “독도 지킴이, 이젠 당신 차례 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독도에서 만난 사람 |
①독도 주민 김성도씨
“고추장, 된장만 있으면 물에서 나는 건 다 먹는데 무슨 걱정”
동도에서 서도를 바라보면 작은 ‘콘도’처럼 생긴 건물이 보인다. 서도어업인숙소다. 이곳은 최초의 독도주민이었던 故 최종덕 씨가 서도 벼랑 끝에 집을 지어 살던 곳으로 지난 1997년 새로 건립 한 것. 2006년 2월 19일부터는 현재 유일한 독도주민 김성도씨가 살고 있다. 독도 주민 김성도씨를 만나봤다.
(※김성도씨의 답은 사투리를 그대로 싣습니다)
▷문: 독도 유일한 주민이다. 외롭지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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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 독도리의 유일한 주민인 김성도씨. |
▷문: 우리나라 유일의 독도 주민이다. 독도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실 것 같다. 독도 자랑좀 해 달라.
▶답: 자랑? 그런 거 없는데…. 아~ 내 그런 거 못해. 낯간지럽게. 그냥 해삼이랑 멍게가 잘 잡혀서 왔다니까.
속된 기자는 마지막 질문에 뻔한 답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유일한 독도 주민인 김성도씨가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매서운 질타를 하길 바랐고, 독도의 역사 문화적 상징성에 대한 수사적 표현 그득한 문장 또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외려 독도 자랑을 열없어 했다. 그의 말마따나 '낯간지러워' 했다.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누구도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할 수 없는' 더 없는 방증이지 않을까. 독도 자랑을 자기자랑인양 열없어 하는 늙은 어부가 있는 '우리 땅' 말이다.
②독도 여객선 씨플라워 호 항해사
“반짝 관심보다 일상적인 독도 사랑 실천했으면”
울릉도로 나가는 한겨레 호. 익숙하게 밧줄을 던져 배를 동도선착장에 고정시키던 항해사는 독도 여객선을 탄지 10년이 됐다고 했다. "10년 전이면 일반관광객들의 입도가 불가능 했던 시절이다. 그때는 육사 생도들이 독도 견학을 왔었다. 세월 많이 좋아졌다".
10년간 독도를 오가며 느낀 생활을 묻자 슬며시 말머리를 돌렸다. “내 얘기 할 건 없고 독도 얘기 하면 ‘내 사랑 푸른 독도’ 같은 모임 역할이 크다. 사비를 털어서 독도에 나무를 심고, 대외적으로 홍보하는데 노력해온 단체다. 특히 가수 서유석씨는 서도에 향나무, 동백나무를 심어 가면서 푸른 독도가 되도록 노력해 왔다.”
그 밖에도 울릉도에서도 드러나지 않게 독도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정부와 국민들도 큰 일이 있을 때만 관심 갖지 말고 일상적인 독도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독도를 오가며 가장 아쉬운 점을 묻자 “화장실이랑 물이 없는 게 불편하다” 한다. 또 “동해안에 하나 남은 섬인데 주변에 그물 버리고, 음식, 물병같은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출항시간이 다가왔다. 이름과 나이를 묻는 기자의 말은 “어서 탑승하시라”는 그의 확성기 소리에 묻혔다. 그리곤 으레 그래왔을 익숙한 본새로 연로한 탑승객들의 팔을 잡아 주고 짐들 대신 들어주고 있었다.
<여행정보>
운항사 |
선명 |
울릉 출항 |
소요시간 |
전화번호 |
(주)독도해운 |
삼봉호 |
부정기운항 |
2시간10분 |
054-791-8111~4 |
대아고속해운 |
한겨레호 |
부정기운항 |
1시간20분 |
054-791-0801~3 |
씨플라워 |
1시간4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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