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북부 지역으로 의정부를 지나면 경원선 종착지인 신탄리 역까지 기차가 닿는다. 의정부, 포천 방면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오거나 퇴계원, 일동 방면 47번 국도를 타고 진입하는 도로별 여행이 알려져 있다. 올해 8월 한국철도공사와 철원군이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기차를 이용한 접근도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말복 지난 17일, 이틀 여정으로 철원을 찾았다.
군사분계선, 뼈대로 박제된 스산한 근대사
한탄강을 따라 군사분계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살점 풍화된 뼈대로 세월을 박제한 근대 문화재를 여럿 만난다. 현재 통행이 금지된 한탄강 중류의 승일교는 분단 이전의 풍경을 스산히 담고 있다.
464번 지방도를 따라 제일감리교회터 바로 위에는 5년 간 철원, 김화, 평강, 포천 일대를 관장했던 북한 노동당 철원군 당사 건물이 있다. 전쟁 이후 30여 년 동안 인골이 종종 발견되었다는 근대 사적의 휑한 몰골은, 사람을 앞지른 이념이 사람을 해했던 증거다.
군사분계선까지 올라가면 북에서 내려오는 물로 농업용수를 대고 있는 동송 저수지를 끼고 철원평화전망대에 오른다. 걸어서는 10분, 노란 모노레일을 타면 전망 좋게 편히 오른다. 2007년 준공한 전망대에서는 철조망 너머 비무장지대를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평강고원 인근으로 북한 초소가 보인다. 1층에는 전시장이 이어진다. 군복을 이어 만든 막사에 소매가 불쑥 불거졌다.
제2땅굴이 바로 인근인데 은색 철모를 쓰고 2미터 높이 땅굴을 계단으로 내려간다. 견고한 화강암 층으로 파주 제3땅굴보다 규모가 크다. 한국 군인이 지키고 선 끝까지 내려가면 막힌 입구를 앞에 두고 작은 평화의 종이 놓여 있다.



수려한 한탄강, 새들 따라 급류 타기
사람의 전쟁사 속에도 새들은 성실히 날아들었다. 철원 역을 지나 구 월정 역으로 가는 구릉에는 섭씨 15도 가량의 미지근한 온천수가 사철 솟는 샘통은 삼백 년이 넘은 철새도래지다. 백로, 두루미, 왜가리, 기러기 철새들은 샘통 동쪽의 토교 저수지에서 겨울 잠자리를 꾸린다.
샘통을 지나 구 월정리 역사 위쪽에는 철원두루미관이 올해 2월 개관했다. 철원평원, 비무장지대에서 자연사한 철새의 사체를 거두어들여 박제했다. 두루미, 독수리, 쇠기러기 등의 겨울철새와 파랑새, 뜸부기, 솔부엉이 등의 여름철새를 층을 나누어 전시했다. 야생동물인 담비와 고라니, 삵도 구석구석 놓여있다.
사람들의 숙소는 한탄대교 아래 한탄리버스파호텔이다. 온천욕을 할 수 있는데, 테라스에 서면 고석정이 내려다 보인다. 구멍 뚫린 다공질의 현무암은 주상절리의 수려한 절벽을 한반도 허리께에 남겼다. 무술로 활공할 법 시원히 솟은 고석정 바위에는 임꺽정이 은거했다는 동굴이 나 있다.
한탄강 비경을 따라 래프팅이 유명하다. 순담에서 군탄교, 직탕교에서 승일교 구간을 비롯해 6-7킬로미터의 두세 시간 거리를 많이 찾는다. 광복절 하루에만 3만 5천 명이 다녀갔다. 8명씩 탄 보트에 검게 탄 피부의 교관이 끝에서 슥슥 노를 저어 이끈다. 환하게 트인 절경을 따라 급류를 타고, 구명조끼를 입고 바위에서 다이빙한다. 역사보다 오래 흘렀을 물살이 막바지 더위를 쓸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