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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배웅하려는 듯 싱그럽고 은은한 바람이 분다. 숲은 물론 마음까지 흔드는 초가을바람. 가을은 누구나 한번쯤 홀로 떠나고 싶어진다. 꼭 무엇을 ‘보러 간다’ 기 보다는 편안하게 사색하면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풍경소리도, 염불소리도 소슬한 가을바람에 물드는 절집은 마음의 시름을 잊고 긴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하다. 그 중에서도 속리산의 아담하고 정갈한 법주사는 잠시 속세와 이별하며 ‘깊이 있는 여행’ 을 하기에 좋다. 사색의 계절 가을, 법주사를 더욱 정적으로 만드는 오리숲길을 거닐며 ‘내 안의 나를’ 찾는 잔잔한 기쁨을 느껴보자.
훌훌 떠나고 싶다면, 부처님 법이 머무는 속리산 법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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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는데 속세가 산을 떠난다"
신라 헌강왕 때 속리산 묘덕암을 찾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남긴 시다. ‘속세를 떠난다’ 는 뜻의 속리산은 충북 보은의 명승이자 웅장한 산세와 빼어난 절경으로 한국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산이다. 특히나 가을철이면 기암괴석 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단풍으로 이름이 높다. 속리산에는 풍광 좋은 명소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는데, 그 중에서도 천년고찰이자 미륵신앙의 요람인 법주사는 ‘속리산 여행’ 의 으뜸 명승지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
‘법이 머무는 절’ 이라는 뜻의 법주사는 금산사, 동화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미륵성지로 지금도 그 법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진흥왕 의신스님에 의해 창건된 이후 왕실의 비호를 받으며 그 세를 넓혔다. 조선조 중기에 이르러서는 60여동의 건물과 70여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로서 위용을 자랑했으나 임진왜란으로 절의 거의 모든 건물이 불탔는데, 몇 차례의 중건 끝에 지금에 이른다.
청정도량으로 가는 사색의 길‘오리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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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로 가기 위해서는 구절양장보다 더 힘들다는 열두구비의 말티고개를 넘어야 한다. 말티고개는 조선 세조가 고개가 워낙 험해 타고왔던 연을 말로 갈아탔다고 해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속세와 선의 세계를 가르는 분수령' 이라 불릴만큼 열두구비 정상에서 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법주사 주차장에 다다르면 차를 주차시키고 ‘오리숲길’ 이라 불리는 산책로를 거닐어보자. 이 오리숲길은 그 모양이 오리를 닮아서가 아니라 속리산 입구에서 법주사 입구까지 그 길이가 5리에 이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수령 백년이 넘는 참나무와 소나무들이 숲을 만들어 길을 이룬 법주사 오리숲길은 그야말로 청정도량 법주사로 가는 사색의 숲길이다. 사시사철 고단함에 지친 여행객의 발길을 경쾌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나 붉은 단풍과 푸른 나무들이 적록의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 단풍철에는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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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와 불계의 경계인 일주문. 세속의 때를 씻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의 시작이다.
오리숲길을 걷다보면 매표소를 지나 ‘불법에 일심귀의’ 해야 한다는 일주문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승과 속의 인연이 하나가 됨을 뜻한다. 즉 세속의 때를 씻고, 마음을 정화한다는 의미다. 일주문을 통과하면서 잠시나마 속세의 번뇌를 씻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금동미륵대불, 당간지주 … 크고 높은 풍경들이 절 안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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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와 크기로 위용을 뽐내는 것이 있는데 하나 있는데 바로 금동미륵대불이다. 높이가 무려 33m에 달하는 미륵대불은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미륵대불 안에는 3mm 두께의 황금 80kg가 들어갔다는 놀라운 사실! 허나 미륵대불은 사연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1939년에 세워지기 시작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1964년 완공되었고, 시멘트 미륵대불의 철근이 썩어 붕괴 조짐이 보이자 1990년 청동미륵대불이 조성됐다. 12년 뒤인 2002년에는 진표 율사가 금동미륵대불을 모셨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개금불사로 복원했다. 허니 불상은 금동에서 시멘트로, 청동에서 다시 금동으로 모습을 바꿔가면서 시련을 겪어왔던 것이다.
팔상도(八相圖) 그려진 신라 최후의 목탑‘팔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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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팔상전. 팔상전은 우리나라 유일의 5층 목탑으로 신라 진흥왕 때 세워졌다. 허나 임진왜란 때 소실돼 1605년 재건했다. 이 전각에 팔상전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석가모니가 도솔천에서 내려오는 장면에서부터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하는 장면까지 부처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팔상도를 사방 각 면에 두 폭씩 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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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사자가 받치고 선 쌍사자 석등도 신라 석등의 걸작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석등 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사자는 석가모니가 계시는 대웅보전 길목을 지키는 일종의 이 법당의 수호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을 채워 연꽃을 기르는 석연지 또한 명물. 8각의 지대석 위에 3단의 굄과 한층의 복련대를 더하고 그 위에 구름무늬로 장석을 놓아 거대한 석연지를 떠받쳐 마치 연꽃이 구름 위에 뜬 듯한 모습을 조식한 걸작품이다. 이 외에도 2층 전각이 독특한 대웅보전, 3000여 명의 승려가 밥을 지어 먹던 무쇠솥인 철확, 사모지붕을 올린 원통보전 등 12점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법주사에서 6.7km의 등산길을 오르면 세 번만 올라도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문장대가 나오는데, 법주사의 절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 속리산 법주사와 함께 볼거리
하나. 벼슬 지닌 노거수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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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초입에 있는 정이품송 역시 명물이다.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정이품송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나무가 현재의 장관급인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 이야기 즉은 이렇다. 조선 세조가 속리산을 지날 때 소나무가 제 가지를 들어 길을 열어주었다고 하는 나무로 이를 신기하고 기특하게 여겨 나무에 대하여 전무후무하게도 벼슬을 내렸다는 전설이다. 정이품송은 그러나, 600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양쪽 가지가 부러져 쇠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둘. 아흔 아홉 칸의 전통 ‘선병국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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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아홉 칸 고풍스러운 한옥이 보존되어 있는 선병국 가옥도 가보자. 선병국 가옥은 1919∼1921년 사이에 지어진 집으로 전통적 건축기법에서 벗어나, 건물의 칸이나 높이 등을 크게 하는 경향으로 변화를 보이던 시기의 대표적 건물이다. 집은 안채와 사랑채 및 사당의 3공간으로 구획하여 안담으로 둘러싸고, 그 밖을 바깥담으로 크게 둘러쌌다. 주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현재에도 그 후손들이 옛 모습 그대로 생활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신흥 고시촌이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셋. 하늘과 맞닿은 곳에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 ‘구병아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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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알프스라 불리는 구병산자락에 위치한 구병리마을은 노송이 우거지고 산비탈에 메밀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산촌마을이다. 총 6개 농가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마을인 구병마을은 봄에는 복분자 딸기를, 여름에는 각종 버섯, 가을에는 머루 · 다래 등을 채취하는 산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1년에 4차례 시기별로 다양한 축제도 열리는 데 두부와 메밀묵, 메주만들기 등의 체험을 손수 해 볼 수 있다. 가을날의 아름마을은 마을 곳곳 3만3000㎡의 밭에 메밀꽃을 심고, 진입로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등을 심어 메밀꽃축제도 연다.
<여행 팁>
◎ 속리산 법주사 가는 방법 및 자세히 보기
* 서청주IC - 청주 - 25번국도 - 남쪽 - 보은 - 25번국도(4km) - 대야리 - 37번국도(7.3km) - 수정초교법주분교(4.2km) - 법주사
◎ 법주사 템플스테이 문의 : 043-543-3615
◎ 법주사 입장료 안내
* 어른 : 3,000원 / 청소년 : 1,400원 / 어린이 : 1,000원(주차료 별도 4000원)
◎ 법주사 - 속리산 산행 코스 안내
* 법주사 - 목욕소 - 세심정 - 복천암 - 중사자암 - 문장대 (6.7km, 3시간30분 소요)
* 법주사 - 태실 - 상화암 - 학소대 - 상고암 - 비로봉 - 천황봉 (5.42km, 3시간40분 소요)
◎ 보은 관광문의 : 보은군청 043-540-3114/www.tourboeun.go.kr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 손은덕 취재기자(tos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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