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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네 가족 물 맑고 수려한 선비의 고장 안동을 가다

채우리1 2009. 11. 11. 10:09

 

 

 

안동을 간다고 하니 7살인 둘째아이와 9살인 첫째가 저에게 식물도감을 달라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안동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종류에 대해 알고싶다고 합니다.

여행을 다녀보면 지역마다 생산되는 농산물의 종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안동에서도 분명 그 지역에서 유명한 농작물이 있을 것이고 그 농작물이 특별히 잘 자라게 된 이유가 있을거라고 미리 찾아보고싶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 교과서여행을 다닌지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시작한 여행이었으나 이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거리를 찾아내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공부는 이렇게 스스로 학습에대한 호기심과 의욕이 충만했을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날 우리는 의욕으로 충만하여 식물뿐만 아니라 지리적인 환경과 안동에서 특별히 유명한 특산품, 낙동강 상류지역의 암석의 형태등 온갖 기초자료들을 모아 조사하고 공부해보았습니다.
삼남매는 집에 있는 각종 참고도서들을 뒤져가며 열심히 공부했음은 물론입니다. 2박 3일 일정중 첫날은 친정집(제 고향이 안동입니다.)에서 묵고 다음 날 아침일찍 가송마을래프팅장으로 향했습니다.


 수려한 풍광이 아름다운 가송마을 래프팅장



래프팅은 급류를 타는 활동적인 스포츠이므로 아이들이 어린 우리는 비교적 물살이 세지 않으면서도 낙동강상류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기가 크고 둥근 암석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가송마을래프팅장으로 장소를 잡았습니다.

 원래 래프팅을 할 수 있는 장소들이 대부분 아름다운 풍광을 지녔지만 이 곳은 특히나 풍경이 수려하고 아름다워 강줄기를 따라 보트가 흘러가고 있노라면 한폭의 산수화같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고장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음에 늘 감사하게 됩니다.

가송마을에는 농암종택이라는 고택이 있으며 가송참살이마을에서 운영하는 은어잡이, 고구마캐기, 래프팅하기등 각종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숙박할 수 있는 방갈로도 깔끔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을 분들의 꾸밈없는 따뜻함과 인정은 그 어느 상업적인 공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뭉클함을 준답니다.

우리는 래프팅만 했는데 때마침 단체손님과 함께하는 날이라 단체손님을 해 준비해놓은 점심식사까지 무료로 대접해주시는 정성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날 우리는 래프팅을 하면서 비수기(6월까지는 비수기랍니다.)가 갖는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물에 떠있는 배는 우리 뿐이었으며 노를 젓다가 지치면 반짝이는 강물속에 뛰어들어 마음껏 민물수영을 즐겼습니다. 중간에 배를 멈추고 강의 상류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암석에 대하여 공부해보기도 했습니다. 돌이 울퉁불퉁하게 섞여 모양이 엉기성기한 역암, 알이 굵은 모래로 이루어져있는 사암, 고운 진흙으로 구성된 이암등 암석을 종류별로 모아놓고 구별해내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공부는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답니다.

퇴적암을 이렇게 한꺼번에 관찰하는 것이 어찌 수업시간에 배우는 암석모형만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요? 늘 느끼지만 자연속에서 배우는 공부는 잊혀지지 않고 오래 가는 법이랍니다. 내친김에 농암종택부터 래프팅출발점까지 시골길 트레킹도 겸하고싶었으나 이 날 햇살이 엄청나게 강하고 따가웠던지라 아쉬운 마음으로 접고 가송마을 분들과 작별인사를 건내고 안동시내로 돌아왔습니다.


 



낙동강상류지역의 특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송마을- 은어잡이체험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



처음에는 안동사람들만이 맛보는 독특한 지역음식인 헛제사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려고 하였으나 가송마을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해주신 덕에 그 지역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안동중앙신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친정어머니께서 오늘이 장날이라는 사실을 귀뜸해주신 덕에 귀한 시장구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를 가장 쉽고 간단하게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장날에 재래시장을 가보는 것입니다. 마트에서 한번에 장을 보면 간단하고 쉽지만 재래시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 지역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문화코드를 읽다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여행지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답니다.
안동중앙신시장에서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소금에 잔뜩 절여진 자반고등어였습니다.




 

안동에서 시장마다 만날 수 있는 소금에 절여진 간고등어

 

안동 시장의 삶은 문어



 “엄마, 안동 사람들은 왜 고등어를 소금에 잔뜩 절여 먹었어요?”

 “왜 그럴까?”
 

 아이들의 질문에 한번도 바로 즉각적인 대답을 안하는 저입니다. 반드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음.. 안동은 바다랑 거리가 멀어요,
  요즘엔 고등어를 트럭에 싣고 금방오면 되지만 옛날에는 안동사람들이 생선을 먹으려면 꽤 오랜시간이 필요했을거예요.”

 “그렇지...”

 “소금은 부패를 막으니까 소금에 절여 가져왔겠지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 맛에 길들여져서 교통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먹게 되었을것 같아요.”

 
소금에 절여진 고등어하나로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끌어낼 수 있는 아이들의 능력이 놀라웠습니다.
재래시장에서는 또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힘든 산적꼬지와 같은 제사음식들을 많이 팔고 있었습니다. 양반들이 많이 살았던 고장에서 발전한 제사문화에 대해서도 또 한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은 서울과는 달리 안동에서 흔히 잘 먹는 삶은 문어가 가득 담겨진 광경에 매우 신기해하였답니다.




 


                                    중요한 여행지에 가면 메모하고 공부하는 습관이 베인 아이들


숙박지인 하회마을의 민박집에 투숙하기전 아이들과 마지막 교과서여행코스로 병산서원을 들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서원입니다.
병산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살벌한 서원철폐령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전국 47개 서원중 한곳이랍니다. 주말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가서 흥이 좀 덜하긴 했지만-병산서원의 매력은 평일날 아무도 없는 때를 골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만대루에 기대 눈부시게 아름다운 강을 바라보는 것입니다.-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어른들이 만대루에서 쉬는 동안 아이들은 수첩을 들고 서원곳곳을 둘러보며 서원의 구조에 대한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제는 알아서 척척 공부하는 아이들입니다.
서원에서 유생들이 기거하던 숙소와 강의를 듣던 강의실, 책을 보관하던 도서관,한옥의 구조까지 완벽하게 살펴보는 아이들... 늘 느끼지만 실제 경험과 아는 지식을 결합해내는 아이들의 능력에 다시금 감탄합니다.




 

만대루에서 바라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병산서원에서 나와 숙소인 하회마을의 어느 민박집에 들렀습니다.
하회마을을 숙소로 삼으실 경우 하회마을 입구에 있는 탈박물관을 아이들과 먼저 들러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재미있는 체험을 간단하게 즐기실 수 있으실것입니다. 더군다나 교과서 민속부분에 자주 등장하는 하회별신굿 탈놀이도 가깝게 구경가능하니 하회마을은 아이들과 함께하기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숙소를 하회마을로 잡은 또하나의 이유는 하회마을에 있는 전통가옥을 그대로 개조해 지은 민박집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인이 기거하는 한옥은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한옥의 구조를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히 아름다웠기에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거리가 되었습니다. 앞뒤로 트여 한여름의 더위를 가시게해주는 아름다운 일자형 가옥구조와 넓다란 대청마루는 언제보아도 시원한 한옥만이 가지는 큰 매력입니다.


 


 

고향집처럼 정겨운 하회마을 민박집



이 날 우리는 저녁으로 맛있는 안동한우를 참숯에 구워먹었습니다.
한우는 안동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지역특산물인데 특히나 안동토박이인 친정아버지께 소개받은 한우집에서 저렴하고 질좋은 한우를 사와 정말 맛있게 저녁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회마을에서 즐기는 안동한우 참숯구이



 

 밤늦은 시간까지 도란도란 나누는 우리 식구들만의 행복한 시간...
공부가 아닌 여행으로서 갖을 수 있는 큰 매력일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20년가까이 자란 곳이지만 늘 오면 올수록 행복하고 좋은 곳입니다. 특히나 지역이 갖는 독특한 색체가 매우 강한 곳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교과서여행지로 추천드립니다.



 - 글·사진 : 베티짱의 교과서여행 [유쾌발랄 청소년 명랑여행까페 http://cafe.naver.com/youtht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