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길] 서귀포 도심 골목길 여행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보전권역, 세계자연유산, 지질공원에 등록된 아름다운 섬이다. 숙박·유흥시설과 갖가지 박물관·기념관들로 볼거리·체험거리도 다채롭다.
이 아름다운 섬에도 주민들의 기쁨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도시가 있고 마을이 있다. 서귀포도 그렇다. 관광객들이 좀 더 멋진 경관을 찾느라 무심코 지나치는 서귀포 옛 도심에도 흥미로운 볼거리·느낄 거리들이 촘촘하게 깔려 있다. 앞바다엔 섶섬·문섬·새섬·범섬이 그림 같고, 뒷산엔 올망졸망 오름들이 사진 같은, 오래된 항구도시다. 포구 양쪽 해안 절벽에 드리운 정방폭포·천지연폭포 물줄기만 해도 자지러지며 바닷물과 몸을 섞는 자태가 숨막히게 늘씬하다. 나무판데기에도 그리고 은박지에도 그렸던 화가 이중섭(1916~1956)이 육이오 때 피난 와 살던 초가 앞 주차장에 차를 박아두고 서귀포 도심 볼거리들을 찾아 걷는다. 제주기상대를 거쳐 매일올레시장, 이중섭 거리, 서귀진 터와 자구리 해안, 정방폭포를 감상하고 소암기념관까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심을 한 바퀴 돈다. 5㎞남짓 거리다. 이중섭은 한국전쟁 때 부산을 거쳐 제주도로 피난 와 서귀포에서 1년을 지냈다. 그가 살던 집과 미술관은 잠시 뒤에 보기로 하고 서귀포기상대로 올라간다. 이중섭 초가와 미술관 앞 주차장 옆 오래된 계단길. 서귀포기상대로 향하는 길이다. 기상대 본관 자리는 일제강점기에 치욕의 일본 신사가 있던 자리다. 정방동주민센터 쪽으로 난 돌계단길이 신사참배를 위해 오르던 길이다. 지금은 일부가 시멘트로 덮여 있지만, 현무암을 다듬어 일제가 쌓은 계단길이었다. 일제가 남긴 흔적은 이 골목 민가 돌담에도 남아 있다. 서귀포 향토사학자 박정석(68) 씨가 돌담 한쪽을 가리켰다. “이렇게 다듬은 현무암을 길쭉하게 세워서 쌓는 건 일본식입니다. 우리는 긴 돌은 눕혀 쌓았지요” 기상청 본관 앞마당 오른쪽 구석 비탈에 커다란 후박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400년이 넘은 고목인데, 중간 줄기 부분은 속이 비어 수목보호재를 메워 놓은 모습이다. 이 나무가 서귀포를 지키는 신목이다. 옆에 커다란 후박나무 한 그루가 더 있었으나, 1959년 태풍 사라 때 낙뢰로 불타버렸다고 한다. 박씨는“불탄 나무를 톱으로 자르는 데 닷새가 걸렸다”고 했다. 기상대 앞마당 잔디밭은 이중섭이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그림을 그렸다는 곳이다. 박 씨가 말했다. “내가 그때 일곱 살이었는데, 그 양반이 여기 이젤을 세우고 앉아서 바다 그림을 그렸어요. 그게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었지”
서귀포매일올레 시장 동쪽 입구로 들어선다. 시장 자리는 ‘시내 뒤쪽 넓은 들판’이란 뜻의 ‘뒷병듸’라 불리던 곳이다. 20여년 전까지는 오일장(4·9일)이었다. 서귀떡방아·강방와(가서 보고 와라)·모닥치기(모둠)·상에떡(상외떡)... 가게 이름, 음식 이름이 색다르면서도 정겹다. 영분식 진열대엔 큼직한 빵 덩어리들이 쌓여있다. “이게 제주 별미 상외떡이우다” 시루떡·송편처럼 제사상에 정식으로 올리는 떡이 아닌, 밀·보리로 만든 떡(빵)인데, 가난했던 시절 제상에 제대로 만든 떡을 못 올리고, 이 떡을 대신 올리면서 상외떡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중섭 거리는 바닥도 가게들도 깨끗하게 정비된 모습이다. 식당·카페 간판들도 깜찍하다. 가로등을 이중섭 그림으로 장식한 모습이 이채롭다. 약 1년을 머물고 간 천재 화가의 그림자가 비탈진 거리에 길게 늘어서 있다. 이거리 야외전시관에서는 토요일에 ‘서귀포 예술시장’이 열린다. 문화단체 회원들이 직접 그리고 만든 공예품과 기념품들을 파는 반짝 장터다. 중섭식당 지나 다정여인숙 골목으로 들어간다. 제주도 설화에 등장하는 바람의 신 ‘보름웃도’를 모시는 서귀본향당과 이중섭미술관으로 드는 골목이다. 서귀본향당은 700년 유래를 가진 사당이다. 본디 나무로 지은 건물이었는데, 낡아 헐고 새로 지으면서 볼품없는 시멘트건물이 돼버렸다. 사당 옆 담 너머로 기상대 안에서 만났던 후박나무 신목이 보인다.
이중섭 거리 미루나무 카페 담벽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리본들이 내걸렸다. ‘울지마 구럼비야’ ‘그냥 놔둡써, 건드리지 말앙!’ 등 망가지는 강정마을을 안타까워하는 내용들이다. 화사한 빛깔로 물들어가는 감귤밭을 보고, 말이 끄는 연자방아가 있었다는 모퉁이를 돌아 구린세끼 골목으로 내려선다. 구린세끼란 지명은 이 골목이 “비 오면 온갖 구정물과 쓰레기가 쏟아져 들어와 냄새가 심하게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린세끼 윗동네에선 고위 공무원들이 많이 배출됐다고 한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귀포성당 앞마당으로 간다. 성당 앞마당은 50년대 중반, 1~3회 탐라예술제(현재 탐라문화제)가 열렸던 장소다. 제주 문화예술의 태동지로도 불린다. 나포리호텔 아래쪽은 옛날 매일시장이 있던 자리다. 조선 시대 서귀진성과 포구로 드는 옛길이었다는 기정길(벼랑길)로 내려선다. 포구 쪽으로 향한 비탈길을 걷노라면 앞이 탁 트이며 바다 경치가 열린다. 최근 건설된, 새섬과 잇는 다리 새연교가 울창한 참가시나무·동백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서복전시관 주변 절벽엔 제주도민의 한과 고통이 서려 있다. 문화관광해설사 강치균(67)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4·3 때 폭도로 몰린 중산간 지역 사람들과 군인·경찰들이 교대로 총과 대창으로 살해된 곳입니다” 낮엔 군경이 지배하고, 밤엔 산사람들이 지배하며, 무수한 주민들이 희생됐다고 한다. 정방폭포로 가는 길 장식은 온통 중국식이다. 서복기념관을 세우며 곁들여놓은 장식이라고 한다. 폭포 앞으로 내려가, 높고 차고 우렁찬 물소리를 듣는다. 돌아 나와 길 건너 소암기념관을 향해 걷는다. 박정석 씨는 이 길이 “통곡의 길, 죽음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4·3 때 붙잡힌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 절벽 쪽으로 통곡 속에 끌려갔다고 한다. 소암기념관은 자유분방한 글씨체로 이름난 서예가 현중화 작품들을 전시한 기념관이다. 이 분은 “자연이 곧 글씨”라는 철학 아래 오직 글씨 쓰는 데만 매진했다고 한다. 그가 일본에서 귀국한 뒤 50년간 살던 집 옆에 기념관을 세웠다. 기념관을 나와 5분가량 걸어 길을 건너면 출발했던 주차장이다.
가는 길 제주공항에서 600번 리무진 버스로 서귀포항까지 1시간 20분. 아침 6시20분부터 밤 10시까지 17분 간격. 5000원. 제주공항에서 렌터카로 서귀포까지 1시간 소요.
먹을 곳 서귀포 솔동산 안거리밖거리(064-763-2552)의 정식(8000원)과 비빔밥(7000원), 천지연폭포 들머리 새섬갈비(064-732-4001)의 흑돼지오겹(1인분 1만5000원) 숯불구이,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안 새로나분식(언니네)의 모닥치기(김밥+떡볶이+만두+전 모둠) 5000~7000원, 서귀포항 올레밀면(064-763-3313)의 회밀면(8000원). 중앙로터리(1호 광장) 옆 골목의 아랑조을(알면좋은)거리는 다양한 식당이 몰린 서귀포의 먹자골목.
서귀포 도심은 제주 올레 6코스가 지난다.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완만한 해안길, 마을길이 이어진다. 14.4㎞. 서귀포시에서 마련한 ‘작가의 산책길’도 있다. 이중섭미술관~기당미술관~칠십리 시 공원~자구리~서복전시관~정방폭포~소암기념관 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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