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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대어를 낚겠다는 욕심을 호수 속으로 미련 없이 던져버린다면, 그 곳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고기 낚는 손맛보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다면 더 없이 좋을 사색여행지이기 때문.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고삼저수지는 육지 속 바다라 불릴만큼 방대한 94만평 규모의 호수다. 이른 아침에 스멀스멀 호수 수면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청둥오리들이 떼 지어 노니는 곳.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호수 위 섬처럼 떠 있는 수상좌대는 또 한번 청량한 풍경으로 변신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곳은 강태공들 뿐만 아니라 느낌 좋은 사진을 낚으러 오는 사진 마니아들의 숨겨진 출사지이기도 하다.
물안개 속 몽환적 풍경
고삼저수지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려면 이른 새벽, 어둠 속에서 기다림을 가져야 한다. 호숫가엔 이미 부지런한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자리를 잡고 셔터 누를 준비를 갖췄다. 삼삼오오 모여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고삼호수의 그림 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해가 솟아오르기 전, 옅은 빛이 은은하게 퍼지자 호수 위에 피어오른 물안개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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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실루엣이 드러나자, “찰칵찰칵”. 사진 동호회 회원들은 신중하게 그러나 재빠르게 셔터를 눌러댄다. 여명의 붉으스름한 빛과 호수 위 물안개, 그리고 섬처럼 떠 있는 수상좌대의 모습이 몽환적이다. 여명이 물안개와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풍경은 해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만 잠시 만끽할 수 있다. 길지 않은 시간에, 그것도 바람 없는 운 좋은 날에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더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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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새끼 등 청정동물의 안식처, 고삼저수지
고삼저수지 주변에는 수상 좌대를 대여해 주는 낚시터가 꽤 많다. 낚시터 이외에도 저수지와 조금 떨어진 읍내 쪽에는 낚시도구와 미끼를 파는 곳도 있어서 미처 챙겨 오지 못한 낚시용품을 살 수도 있다. 고삼저수지 이정표를 따라 저수지 주변을 빙 둘러만 봐도 낚시터 간판이 드문드문 보인다. 이 곳은 강태공들의 좋은 낚시 포인트. 물이 깨끗하고 수초가 많아 붕어, 잉어 배스가 잘 잡힌다. 밤낚시는 해가 질 무렵부터 시작이다. 수상좌대로 들어가기 전, 밤 내 낚시를 하며 출출함을 달랠 먹거리를 준비해 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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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좌대는 낚시터에서 작은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는데 낚시터 주인이 데려다주고 다시 되돌아가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은 미리 넉넉히 준비해 가는 게 편리하다. 밤낚시를 서너 시간 정도만 하고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낚시터 주인과 시간 약속을 잡고 연락처 받아놓는 것도 잊지 말자. “저수지에 물 쏟아넣기 훨씬 전부터 살았어요. 그때부터 여기서 낚시터하면서 사는거에요. 여기 참 좋죠? 나중에 또 와요.” 연못낚시터 안영희(76)씨는 일흔이 넘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표정을 가졌다. 안씨는 남편과 함께 대대로 안성에서 살아온 안성 토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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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저수지와의 인연은 고삼저수지가 준공된 1960년대 초반부터다. 이 곳에 수상좌대를 마련하고 나룻배를 저어가며 강태공들을 실어 날랐다. 안씨가 나룻배에 올라 뒤를 돌아보며 어서 타라고 손짓한다. 작은 나무 나룻배에 오르려 발을 내딛자 배가 반동을 입어 갸우뚱거린다. 순간 물에 빠지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안씨를 바라보자, 안씨는 괜찮다며 안심을 시킨다. 안씨가 노를 젓기 시작한다. 나룻배와 노가 연결된 부분에서 마찰이 나는 소리, 노가 물을 휘저을 때 나는 물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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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수풀에서 오리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버드나무숲이 있어서 새들이 거기 살아요. 까치도 살고, 오리도 살고. 고라니 새끼도 살아요.” 고삼저수지 가장자리 숲에는 청둥오리, 고라니 등 청정동물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물 속에 자리한 버드나무 숲이기 때문에 고양이 등의 천적이 범접할 수 없는 안전지대라고. 호수를 가르는 작은 배. 배의 높이가 낮아 수면과 밀착된 듯 미끄러져 간다. 호수 위에 작은 점으로 보이던 수상 좌대는 물 위의 작은 오두막 같다.
수상 좌대 위, 고즈넉한 밤
떡밥을 물에 개서 동그랗게 경단 만들 듯 뭉쳐 낚싯바늘에 꽂는다. 낚싯대를 고정시켜 놓고 하늘을 보니, 벌써 푸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텔레비전 소리, 음악소리, 그 어느 인공의 소리도 차단된 호수 위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을 실감나게 한다. 종종 씨알 굵은 붕어나 배스 같은 물고기들이 수면에 올랐다가 다시 잠수할 때 나는 첨벙 소리가 들릴 뿐. 강태공들은 이 곳에서 세상과 동떨어진 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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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옆 좌대 강태공들에게 물고기 좀 잡았느냐 묻자. “오늘은 영 입질이 안좋다”며 “뭐 물고기만 잡으러 온 게 아니니까”라며 욕심 없는 답변을 되돌려 보낸다. 굳이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함께 호수의 풍경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곳, 바로 고삼호수가 아닐까 싶다.
<여행정보>
▶ 고삼 저수지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 안성IC - 안성방면 - 안성·장호원 방면 - 대덕터널 통과 - 고삼저수지
▶ 고삼 저수지 주변 낚시터
연못낚시터(031-672-3870)/느티나무낚시터(031-673-4275)/이씨네낚시터(031-673-6399)
- 글·사진: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 양서연 취재기자(arom06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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